[이 아침의 시] 내 귓가에 - 문태준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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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내 귓가에 문태준 (1970~)
귓가에 조릿대 잎새 서걱대는
소리 들린다
이 소리를 언제 들었던가
찬 건넛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자매가 가끔 소곤대고 있다
부엌에는 한 알 전구가 켜져 있다
머리에 수건을 두른 어머니는 조리로 아침쌀을 일고 있다
겨울바람은 가난한 가족을 맴돌며 핥고 있다
계간《작가세계》2014년 여름호 中
어릴 적 추운 겨울, 시골에 놀러 가면 따뜻한 아랫목과 잘 익어가는 메주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물에 젖은 붉은 손으로 아궁이에 불을 때고 가마솥에 밥을 지으셨습니다. 구멍 한두 개쯤 뚫린 문풍지와 문지방 틈으로 찬바람이 불고 손자들은 이불에 몸을 파묻고 아침밥을 기다렸습니다. 이제는 보기 힘든 풍경, 조금은 차갑고 가난한 그리움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귓가에 조릿대 잎새 서걱대는
소리 들린다
이 소리를 언제 들었던가
찬 건넛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자매가 가끔 소곤대고 있다
부엌에는 한 알 전구가 켜져 있다
머리에 수건을 두른 어머니는 조리로 아침쌀을 일고 있다
겨울바람은 가난한 가족을 맴돌며 핥고 있다
계간《작가세계》2014년 여름호 中
어릴 적 추운 겨울, 시골에 놀러 가면 따뜻한 아랫목과 잘 익어가는 메주가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물에 젖은 붉은 손으로 아궁이에 불을 때고 가마솥에 밥을 지으셨습니다. 구멍 한두 개쯤 뚫린 문풍지와 문지방 틈으로 찬바람이 불고 손자들은 이불에 몸을 파묻고 아침밥을 기다렸습니다. 이제는 보기 힘든 풍경, 조금은 차갑고 가난한 그리움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