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물려줄 주식 60] 대형株 대신 중소형株…이익 보단 자산·배당…뒤집힌 '장기투자 공식'
코스피지수의 시계가 멈춘 것은 2010년 하반기부터다. 이후 4년간 1800~2200 사이를 오가더니 ‘박스피’(박스권 코스피시장)란 말까지 생겨났다. 매년 꾸준히 늘어나던 상장사 이익이 2010년을 정점으로 줄고 있는 데다 경제성장률도 둔화된 때문이다.

박스피와 저성장이 이어지자 덩치 큰 종목을 장기 보유하던 기존의 장기투자 공식이 완전히 허물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년 꾸준히 오른 종목 대부분은 중소형주였다. 금융위기 이후 변동성이 커진 세계경제 환경 아래에서 성장주보다는 이익의 안정성이 뛰어난 가치주, 특히 중소형 가치주 주가가 많이 올랐다. 꾸준한 이익 외에 강한 브랜드력, 큰 보유자산, 높은 진입장벽 등 경쟁력을 가진 종목들은 하락장에서도 주가가 잘 버텼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진다면 이 같은 종목들의 주가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식에게 물려줄 주식 60] 대형株 대신 중소형株…이익 보단 자산·배당…뒤집힌 '장기투자 공식'
‘슈퍼마켓 주식’의 힘

2009년 이후 매년 주가가 상승한 60개 종목은 4~5개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큰 그룹은 탄탄한 브랜드를 가진 식품주다. 종합식품업체 동원F&B(6년간 10.66배 상승), 소주업체 무학(7.75배), 노스페이스로 유명한 영원무역홀딩스(7.76배) 등이 대표적이다. 주가가 오르지 못한 해가 있어 60개 종목에 포함되지 않은 종목인 오뚜기, 대상 등도 지난 6년간 주가가 3~6배 뛰었다. 가격이 저렴한 필수소비재(경기에 관계없이 소비하는 필수 소비품)를 파는 덕에 불경기에도 꾸준히 실적을 낸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틈새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과점 업체들도 주가가 탄탄했다. 대형주 중에는 국내 자동차용 에어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한라비스테온공조(6.67배)가 눈에 띈다. 반도체용 소켓 분야의 강자인 마이크로컨텍솔(10.99배), 전동 지게차 1위 업체 수성(5.01배) 등도 작은 시장이지만 꽉 움켜쥐고 있는 업체들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기업과 글로벌 업체들이 뛰어들기에는 시장규모가 작은 업종의 터줏대감들이 알짜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성장주 중 주가가 꾸준히 오른 사례는 많지 않다. 선진국 산업으로 불리는 콘텐츠 업종의 승자들이 좁은 문을 뚫은 사례로 꼽힌다. 디지털 음원 사이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10.70배), 1000만 관객이 든 영화 ‘명량’의 배급사 미디어플렉스(5.93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PER보다는 PBR

주식을 평가하는 지표로 널리 쓰이는 주가수익비율(PER)은 장기투자 종목을 발굴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년간 매년 주가가 오른 60개 종목의 2013년 연간 순이익 기준 PER은 평균 31.35배로 9~10배 안팎인 코스피 평균의 3배가 넘는다. 대부분의 종목이 고평가 꼬리표가 달린 후에도 계속 주가가 뛰는 모습을 보였다. 꾸준히 이익이 나고, 조금씩이라도 이익이 늘어난다는 전제가 있으면 PER에 어느 정도 거품이 끼었다 해도 용인되는 분위기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반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업종에 따라 활용할 만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방직(4.07배), 경남스틸(2.61배) 등은 최근 6년간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주가가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PBR이 1배에 미치지 못하는 자산주들이다. 땅이나 건물 등의 자산이 하락장에서 방패막이 역할을 해 줄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설명이다.

배당도 주요한 변수로 나타났다.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에 비해 배당이 후한 우선주들의 강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차 우선주는 6년 전보다 주가가 9.88배 뛰었다. 같은 기간 주가가 4.27배 오른 보통주와 비교하면 수익률이 2배 이상 높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