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책 5000권·66년 쓴 일기 속 名言
금융인이자 수필가인 정현수 전 외환캐피탈 상임감사(80)가 5000여권의 독서와 66년의 일기에서 뽑아낸 ‘촌철활인(寸鐵活人)’의 말을 모아 《명언(名言) 속 명언》을 펴냈다.

저자는 옛 재무부 이재국(현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외환은행 등에서 일할 때부터 1년에 200권 이상 책을 읽고 열네 살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써왔다. 요즘은 ‘평생 글과 그림을 사랑하고 장대비와 소슬바람을 좋아했던 사람, 여기에 잠들다’라는 자비명(自碑銘)을 써놓고 남한강변에서 물소리를 벗 삼아 책읽기와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엄한 한학자인 아버지 밑에서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읽으며 익힌 일일삼성(一日三省)의 지혜 덕분일까. 그가 뽑은 명언들은 동서고금을 넘나든다. ‘놀라워라,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순간인 걸 모르다니!’(마쓰오 바쇼) 같은 하이쿠(俳句·일본 고유의 짧은 시 형태)부터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는 러시아 속담까지 다양하다.

자신의 호인 여몽(如夢)의 이름으로 남긴 명언도 주옥같다. 그중 백미는 ‘노인이 쓰러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구절이다. 팔십 평생의 체험과 성찰에서 우러나온 명구다.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여행은 가슴 떨릴 때 해야지 다리 떨릴 때 해서는 안 된다’는 대목도 무릎을 치게 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