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CES 2015’에서 자사 사물인터넷(IoT) 전용 칩인 에디슨을 탑재한 ‘스파이더 드레스’를 선보였다. 인체 신호를 읽고 착용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갖췄다. 연합뉴스
인텔은 ‘CES 2015’에서 자사 사물인터넷(IoT) 전용 칩인 에디슨을 탑재한 ‘스파이더 드레스’를 선보였다. 인체 신호를 읽고 착용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갖췄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5’는 세상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참가업체들은 제품 성능을 개선한 신기술을 앞세우기보다는 소비자의 편리성을 높인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조하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자동차 업체 중 CES에서 가장 열심히 홍보해 온 포드는 스마트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통제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네스트, 선파워, 월풀 등과 함께 구현했다고 자랑한다.

IoT시대…협업 없이 나홀로 생존 어렵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는 아무리 특허가 많고 기술력이 탁월해도 협업 없이 나홀로 생존하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포드 옆에 부스를 낸 현대자동차는 스마트폰의 기능을 자동차 디스플레이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기술(블루 링크)을 선보였다. ‘단절 없는 연결’로 소비자의 편리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사용자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구글 애플과 동시에 협력관계를 맺은 덕분이다.

양질의 콘텐츠도 협업을 통해서만 나온다.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띄우며 IoT 시대 운영체제(OS) 경쟁에 불을 붙였지만 다양한 앱과 콘텐츠 없이 IoT 시대를 주도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가 색 재현율을 혁신적으로 높인 슈퍼 초고화질(SUHD) TV를 공개하면서 강조한 것도 다름 아닌 첨단 TV에 걸맞은 다양한 콘텐츠 제공이었다. 이를 위해 20세기폭스, 워너브러더스, 디즈니 등 콘텐츠 제작사 및 넷플릭스 등 공급사와 동맹체를 구성했다.

드론·무인차…한국선 제도정비 지지부진

기술 진화의 현장에 와서 보니 관련 제도가 서둘러 정비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을 것 같다는 생각을 피할 수 없었다. 드론(무인항공기)이 대표적 사례다. 올해 CES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이 드론 전시장이다. 소프트웨어만 잘 개발하면 드론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그런데도 한국에는 드론의 안전성 인증제와 관련한 기관이 없다. 드론과 관련 있는 정부 부처만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네 군데로 컨트롤타워가 따로 없다. 각종 규정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무인 배송을 홍보하는 아마존 같은 회사가 나오지 않는 이유다. 미국은 오는 9월까지 드론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다. CES에서 글로벌 차 메이커들 간 자율주행차 기술 경쟁이 치열한데도 국내 관련 제도 정비는 지지부진하다. 자동차관리법에서 실도로 테스트를 금지하고 있어 상용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네바다·플로리다·캘리포니아 주 등에서 법제화를 마친 미국과 대별된다.

영국 車산업 경쟁력 약화시킨 ‘적기조례’

정부와 정치권이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자칫 산업혁명기 영국처럼 ‘적기조례’를 양산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1865년 영국 의회가 만든 ‘적기조례’는 붉은 기를 든 사람이 자동차 앞에 가도록 하고 속도를 3.2㎞(시가지 기준) 이내로 할 것을 규정했다. 30년 동안 이어진 이 법은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상용화한 영국의 차산업 경쟁력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결과를 낳았다. 융복합 협업시대 변화가 빠를수록 법제도가 신속하게 뒷받침돼야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이익원 산업부장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