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검찰총장의 책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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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산책
김병일 법조팀 기자 kbi@hankyung.com
김병일 법조팀 기자 kbi@hankyung.com
검찰로서는 작년이 ‘무기력했던 해’로 기록될 듯 싶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 코앞의 유병언을 못 찾아 허둥댔고, 한 지검장의 수치스러운 음란 행위는 검사들의 낯을 못 들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김진태 검찰총장에 대한 검찰 내부의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잔소리 많은 시어머니 스타일이어서 “꽤나 힘들 것”이라던 취임 초기의 우려와 달리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물론 “새벽 두세 시에도 보고할 게 있으면 전화하라”는 통에 간부들은 늘 긴장 상태지만 업무 외적으로는 힘들게 하지 않는다는 평이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작년은 검찰로서도 다사다난한 한 해였지만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총장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줬기 때문”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김 총장은 현장중시형이다. 그럴싸하게 포장한 정책 이벤트를 하달하기보다는 일선 지검의 고충을 헤아려 지원할 방도를 찾아나선다. 또 무슨 일이든 ‘정성’을 다하면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김 총장의 지론이다. ‘정성은 모든 것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뜻의 성자물지종시 불성무물(誠者物之終始 不誠無物). 그가 가장 즐겨쓰는 중용의 글귀다.
김 총장이 매년 새해를 맞으면서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것이다. 본인이 직접 훑어본 뒤 보통 7권 정도를 고른다. 올해는 ‘2015 세계경제대전망’(이코노미스트, 한경BP) ‘사회를 바꾸려면’(오구마에이지, 동아시아) ‘세상물정의 사회학’(노명우, 사계절) 등이 그의 눈에 들었다. 기자도 ‘철학자와 하녀’라는 책을 받았다. 자신을 현장 인문학자라고 소개하는 고병권 씨는 이 책에서 “철학은 모든 것을 잃은 지옥에서 가능성을 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철학을 통해 절망의 한가운데서 희망을 얘기하고 세계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작고 사소한 일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고 정성을 다해 문제의 근본 해법을 찾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닮았다는 생각이다. 올해도 크고 작은 도전들이 검찰에 불어닥칠 것이다. 당장 ‘정윤회 문건’ 수사 결과를 놓고 정치권이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등 한바탕 공세를 퍼부을 기세다. 김 총장이 검찰의 역량을 결집시켜 을미년의 파고를 어떻게 헤처나갈지 주목된다.
김병일 법조팀 기자 kbi@hankyung.com
그런데도 김진태 검찰총장에 대한 검찰 내부의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잔소리 많은 시어머니 스타일이어서 “꽤나 힘들 것”이라던 취임 초기의 우려와 달리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물론 “새벽 두세 시에도 보고할 게 있으면 전화하라”는 통에 간부들은 늘 긴장 상태지만 업무 외적으로는 힘들게 하지 않는다는 평이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작년은 검찰로서도 다사다난한 한 해였지만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총장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줬기 때문”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김 총장은 현장중시형이다. 그럴싸하게 포장한 정책 이벤트를 하달하기보다는 일선 지검의 고충을 헤아려 지원할 방도를 찾아나선다. 또 무슨 일이든 ‘정성’을 다하면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김 총장의 지론이다. ‘정성은 모든 것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뜻의 성자물지종시 불성무물(誠者物之終始 不誠無物). 그가 가장 즐겨쓰는 중용의 글귀다.
김 총장이 매년 새해를 맞으면서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것이다. 본인이 직접 훑어본 뒤 보통 7권 정도를 고른다. 올해는 ‘2015 세계경제대전망’(이코노미스트, 한경BP) ‘사회를 바꾸려면’(오구마에이지, 동아시아) ‘세상물정의 사회학’(노명우, 사계절) 등이 그의 눈에 들었다. 기자도 ‘철학자와 하녀’라는 책을 받았다. 자신을 현장 인문학자라고 소개하는 고병권 씨는 이 책에서 “철학은 모든 것을 잃은 지옥에서 가능성을 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철학을 통해 절망의 한가운데서 희망을 얘기하고 세계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작고 사소한 일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고 정성을 다해 문제의 근본 해법을 찾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닮았다는 생각이다. 올해도 크고 작은 도전들이 검찰에 불어닥칠 것이다. 당장 ‘정윤회 문건’ 수사 결과를 놓고 정치권이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등 한바탕 공세를 퍼부을 기세다. 김 총장이 검찰의 역량을 결집시켜 을미년의 파고를 어떻게 헤처나갈지 주목된다.
김병일 법조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