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떨어진 작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약 7500억원(이하 발행금액 기준) 상당의 공모형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이 원금손실(녹인) 구간에 진입했다.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품의 개수는 417개로 녹인 구간이 있는 전체 공모형 원유 DLS(515개)의 약 81%다.

○5일 하루에 1635억원 녹인구간 진입

원유 DLS 잔혹사…하룻새 1635억 손실구간 진입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6일 현재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원유 DLS는 417종, 투자된 금액은 7423억원이다. 금액 기준 75.83%, 개수 기준 80.97%의 원유 DLS가 원금손실 가능성에 떨고 있는 것이다.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DLS의 기초자산을 보면 WTI가 2801억원어치고 브렌트유는 4050억원어치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기초자산인 DLS 규모는 572억원이다.

5일(현지시간) WTI가 5.03%, 브렌트유가 5.87% 급락하면서 원금손실 구간에 들어간 DLS 규모가 급증했다. 이날 하루 새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원유 DLS 발행금액만 1635억원어치다. 브렌트유 DLS의 원금손실 구간 진입가격이 배럴당 53~57달러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모형 원유 DLS 투자자들의 평가손실도 최소 3500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유 DLS는 만기 때까지 원유 가격이 판매 시점 대비 40~60%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10% 안팎의 비교적 높은 수익을 지급하지만 이 밑으로 가격이 한 번이라도 내려가면 만기 시점의 유가 하락률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환매 고민 커지는 DLS 투자자들

아직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지 않은 원유 DLS 투자자들도 유가 하락 공포에 떨고 있다. 5일 현재 배럴당 50.04달러인 WTI와 53.11달러인 브렌트유 가격이 40달러까지 떨어지면 총 2126억원 규모의 DLS에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발생한다.

투자자들은 향후 유가를 예측해 환매 또는 보유를 결정해야 한다. 일단 환매하면 현재 시점의 손실이 그대로 확정되는 데다 각종 수수료 부담까지 져야 하지만 추가 하락에 따른 손실은 줄일 수 있다.

유가가 반등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DLS의 상품 구조를 보면,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손실을 보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WTI 가격이 가입 시점 대비 45% 이상 떨어져 DLS가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했더라도 만기 때까지 WTI가 가입 시점 대비 85% 수준까지 회복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많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 유가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예측했던 하한선에 근접하자 향후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중국 유럽 일본 등의 경기 부진으로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급락할 거란 극단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 원유 DLS(파생결합증권)

WTI, 브렌트유 등 원유 가격과 연계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기초자산인 원유 가격이 만기 때까지 계약 시점보다 40~60% 떨어지지 않으면 연 10% 정도의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형식이 일반적이다. 가입 기간 중 원유 가격이 계약 시점보다 40~60% 밑으로 떨어지고 만기 때까지 계약 시점의 80~85%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하락률만큼 원금손실이 발생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