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신종 전염병의 시대
지난해를 보내면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에볼라 전사들’을 선정했다. 지난해 봄부터 서아프리카에서 집단발병이 시작된 에볼라는 2만명이 넘는 감염자와 7900여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아직도 진행 중이다. 치사율이 70%를 넘는 이 치명적인 전염병과 싸우기 위해 전 세계 의료인들이 아프리카 현지로 들어갔다. 우리나라 의료진도 동참했는데 최근 의료진 한 명이 환자 채혈 중 주삿바늘에 접촉되는 사고로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에볼라를 계기로 신종 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한 2009년 ‘신종 플루’는 전 세계 214개국에서 환자가 발생해 1만8000여명이 사망했다.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역시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사스가 휩쓸고 간 10년 후, 2012년에 사스 바이러스와 아주 유사한 바이러스에 의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중동 지역에서 집단 발생했다.

신종 전염병의 원조는 14세기 유럽 인구를 40% 가까이 줄어들게 한 흑사병, 1918년 세계를 강타하며 5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 등을 들 수 있다. 신종 전염병은 인류 역사와 늘 함께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산업화에 따른 자연 파괴, 동물과 접촉 증가 등으로 바이러스나 세균이 넘어와 새롭게 발생하는 질병이 늘어나고 있다. 에볼라는 박쥐와 원숭이, 사스는 사향고양이, 신종플루는 조류와 돼지로부터 인간으로 전파된 것이다. 최근 30년간 발생한 신종전염병의 75%가 동물에서 기원했다.

인간은 이 지구상 자연계에서 동물, 미생물과 공존해야 하는 생명체다. 그러나 공존의 질서가 깨지는 경우 재앙이 인간에게 들이닥친다. 노벨상 수상자인 조슈아 레더버그는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는 데 가장 큰 위협은 바이러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나저나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20년 전 영화 ‘아웃브레이크’가 에볼라와 같은 바이러스 출혈열에 관한 영화여서 새삼 주목받았다. 아프리카에서 에볼라와 같은 출혈열이 집단 발생해 마을 전체가 몰살되고, 이 바이러스가 미국으로 퍼져 나간다는 내용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를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실어나르는 배가 하필이면 ‘태극호’라는 한국 배였던 기억도 난다.

송재훈 < 삼성서울병원 원장 smc.song@sams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