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봉사상 수상자' 양승봉 씨 "인생의 가장 빛나던 때, 나눔에 눈떴죠"
‘한국의 슈바이처’ 고(故) 이태석 신부를 기리는 제4회 이태석봉사상 수상자로 양승봉 베트남 롱안 세계로병원 외과 과장(59·사진)이 선정됐다. 양 과장은 지난 15년간 네팔, 베트남 등에서 따뜻한 의술을 펼쳐온 점을 인정받았다.

양 과장은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 복무를 마친 뒤 김해복음병원에서 일했다. 대학 시절부터 의료 기독교인 모임인 누가회(CMF)에 몸담으며 선교에 눈떴다. 군복무 시절 네팔에서 17년간 의료선교를 하던 미국인 의사의 강연에 깊은 감명을 받고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에 나눔의 삶을 이어가고 싶다”는 결심을 굳혔다. 1995년 특수학교에서 일하던 아내 신경희 씨와 두 아이를 데리고 네팔로 향했다. 이듬해 1월부터 탄센선교병원, 파탄선교병원 등에서 14년간 일했다.

그는 의료선교사로 활동하며 의료보험제도 도입에 힘을 쏟았다. 한국 시민단체, 네팔 인구보건부 등과 함께 의료보험제도 정착에 노력한 결과 현재 5~6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아주 작은 질병과 고통마저도 대물림되는 사회에서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며 “의료보험제도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네팔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의료기기를 공급하고 현지에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는 등 네팔 의학계에 많은 도움을 줬다. 현지에서 위암 전문가로도 활동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등에 대한 감염 위험에도 묵묵히 수술을 해왔다. 역시 선교사인 아내 신씨와 함께 의료봉사 경험을 담은 ‘히말라야, 네팔에 희망을 심다’란 책을 지난해 펴냈다.

네팔에서 의료봉사를 마친 그는 가족과 함께 2010년 귀국해 국내에서 의사 생활을 하다 다시 봉사의 삶을 찾아 2013년 베트남으로 떠났다. 롱안에 있는 세계로병원에서 베트남전 고엽제 환자를 위한 인술을 펼치고 있다. 세계로병원은 한국 종교단체가 건립한 선교의원으로 고엽제 환자와 형편이 어려운 현지인, 동포 등을 위한 무료 병원이다.

그가 수상한 이태석 봉사상은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펼치다 숨진 이태석 신부를 기억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고자 제정된 상이다. 이태석기념사업회는 오는 13일 부산시청에서 양 과장에 대한 시상식을 연다. 이어 14일 이 신부 선종 5주기를 맞아 영화 ‘울지마 톤즈’ 재상영, 의료봉사, 이 신부 생가 탐방 등 기념행사를 벌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