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졌던 덕수궁 돌담길…130년 만에 '완생'
1884년 서울 정동에 주한 영국 총영사관(현 대사관)이 들어선 뒤 일부 구간이 단절됐던 덕수궁 돌담길이 이르면 연내 전면 개방된다. 그동안 영국 대사관 부지에 속해 출입이 금지됐던 돌담길 90m와 대사관이 도로를 점용하고 있던 돌담길 100m 구간이 시민에게 130여년 만에 개방되는 것이다.

서울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 대사가 지난달 돌담길 개방에 구두 합의했다”고 5일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달 초 와이트먼 대사와 만나 영국 대사관 부지에 속한 돌담길을 시민에게 개방해 달라고 요청했다. 와이트먼 대사는 돌담길과 인접한 대사관 부지를 시민에게 개방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고 화답했다. 영국 대사관은 이달 중순 본국에서 보안 전문가를 불러 부지 내 돌담길을 개방할 경우에 대비한 보안 대책을 세울 예정이다.

덕수궁 담장에 붙어 있는 덕수궁 돌담길은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도심에서 걷기 좋은 길로 손꼽힌다. 하지만 주한 미국 대사관저 맞은편에 있는 영국 대사관 후문부터 정문까지 길이 190m의 돌담길 구간은 그동안 시민의 출입이 통제됐다. 대사관 후문부터 대사관 건물로 들어서는 100m 구간은 영국 대사관이 1950년대부터 도로를 점용하고 있다. 나머지 90m 구간은 대사관 소유 부지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돼왔다. 서울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단절된 덕수궁 돌담길을 연결해 순환형 산책로로 조성하려고 했지만 대사관 측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덕수궁 돌담길을 가로막고 있는 영국 대사관 철문.
덕수궁 돌담길을 가로막고 있는 영국 대사관 철문.
또 서울시와 관할구청인 중구청은 그동안 대사관 후문부터 건물까지의 돌담길 100m 구간은 영국 대사관이 무단 점용한 도로라며 관리권 반환을 요구해왔다. 도로 관리기관인 중구청의 도로점용 허가 없이 영국 대사관이 불법 점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950년대 서울시로부터 해당 부지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는 게 대사관 측의 주장이다. 대사관 측은 시민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덕수궁 돌담 옆에 철문을 세웠고 돌담과의 틈새를 메우기 위해 하얀 콘크리트를 발랐다. 철문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외부인의 출입을 감시 중이다.

해당 100m 돌담길 관리권을 서울시가 돌려받는다고 해도 나머지 90m 돌담길 구간은 합법적인 대사관 소유다. 영국 대사관이 부지를 개방하지 않으면 시민들이 덕수궁 돌담길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시민들을 위해 두 구간을 개방해줄 것을 대사관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결국 박 시장과 와이트먼 대사가 지난달 만나 대사관 부지 개방에 극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대사관 측은 이르면 이달께 실무 협상을 할 예정이다. 대사관 측은 이날 “(돌담길 개방에 따른) 대사관 보안에 대해 서울시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면 개방 시기는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며 “대사관 측과 실무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