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北 추가 제재' 명령, 무르익던 '남북 대화' 영향?
미국이 북한에 강도 높은 추가 제재를 가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랭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무르익던 남북 대화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은 지난 2일(현지시간) 북한의 소니 영화사에 대한 해킹 사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대북제재 방안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미 재무부는 북한 정찰총국과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조선단군무역회사 등 단체 3곳과 개인 10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이들과 미국 금융회사 및 개인의 거래를 금지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북한의 소니 해킹 공격에 대한 비례적 대응의 첫 번째 조치”라고 밝혔다. 추가 보복 조치가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실효적 의미보다 상징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새해 업무에 복귀하기 전 하와이 겨울 휴가지에서 서둘러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대북제재 이상의 정치·외교적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제재로 당장 북한 정부가 입을 손실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북한 정부와 노동당 간부들이 미국과 거래하지 않고 있어서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미국은 전 세계 국가들에도 함께 동참하도록 독려할 것”이라며 “북한은 국제 금융시스템에서 갈수록 고립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북한의 주요 외화 조달원인 무기 거래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이번 제재가 발표된 뒤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일 “미국의 대북제재는 우리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과 적대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태의연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반면 대남 비난은 중단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분단 70년을 맞아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는 신년사를 발표한 이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조선신보는 “통일시대를 열어가겠다고 천명한 남한 당국자의 새해 인사가 빈말이 아니라면 미국의 오만무례한 간섭을 반대하고 배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는 2월 예정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대북제재로 북한의 미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다음달 군사훈련이 시작되기 전 북한이 대화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남북 간 만남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예진/워싱턴=장진모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