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양이 온화한 것만은 아니다. 일단 성이 났다하면 참지 못한다. 다혈질이다. 그럴 땐 굉장히 거칠고 고약하다. 참다가 터지는 사람이 더 무서운 것과 같다. 뿔을 앞세우고 소나 사람에게 돌진한다. 오토바이를 탄 집배원을 쫓아가며 집요하게 공격하는 모습도 관찰된 적이 있다. 양을 많이 키우는 뉴질랜드에서는 사람을 향해 으르렁거리며 덤비는 양에게 사슬을 채워놓기도 한다. ‘양처럼 순하다’는 말이 다 맞는 건 아니다.
더울 때 죽자고 뭉쳐서 지내고, 추울 때 뿔뿔이 흩어져 지내는 바람에 ‘남 잘 되는 꼴 보기 싫은 시샘쟁이’ 소리를 듣기도 한다. 여름에 양들이 더워 죽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겨울에 얼어죽는 일은 의외로 많다. 양치기로서도 골치 아플 만하다. 해결방법은 털을 싹 밀어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서로 모여 있거나 뛰어다니면서 체온을 조절한다는데, 이는 온순이 아니라 아집의 산물이라고 해야겠다.
양의 몸무게는 수컷 115㎏, 암컷 95㎏까지 나간다. 몸길이와 어깨 높이도 1m가 넘는다. 수컷의 뿔은 바깥쪽으로 구부러져 있다. 뿔이 클수록 전투력이 좋고 서열 싸움에서 유리하다. 공격적인 젊은 수컷이 도전해도 나이 든 우두머리 수컷이 큰 뿔로 쉽게 뿌리친다. 무리의 암컷을 모두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전투에서 이긴 보스뿐이다.
이 같은 양들의 습성을 알고 나면 평소 우리가 얼마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지내는지를 새삼 돌아보게 된다. 암사자는 예쁘고 수사자는 용감할 것이라는 선입관도 마찬가지다. 까마귀가 불운을 가져오고 여우가 교활하다는 것도 뿌리 깊은 편견이다. 꽃에서 꿀을 빠는 게 벌 나비뿐만 아니라 개미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어버린다.
버트런드 러셀도 “인간은 세상이 자신의 편견을 확증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존재”라며 “미국인이 연구한 동물은 이리저리 날뛰고, 독일인이 관찰한 동물은 조용히 앉아 생각하며,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이런 상황을 보고 좌절한다”고 한탄했다. 양은 다산의 상징이요 특히 숫양은 정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역시 동형감응이라는 인간들의 착각이다. 양의 뿔이 무엇을 닮았다는 것인지, 쯧.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