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떤 사람이 구석기 후기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떨까요?” 2007년 미국에서 개봉해 화제를 모은 제롬 빅스비 원작의 동명 영화를 배삼식 각색, 최용훈 연출로 무대화했다. 1만4000년을 살아온 불멸의 존재가 대학 교수들과 벌이는 신학·인류학·생물학적인 논쟁이 잘 짜인 극적 구성으로 흥미롭게 펼쳐진다. 일부 등장인물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기 힘들고, 마지막 반전이 다소 상투적이다. 최용민 이원종 한성식 등 중견 배우들의 연기가 안정감 있다. 내달 22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뮤지컬 ‘올슉업’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24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프랑켄슈타인’ ‘조로’를 합작한 왕용범·이성준 콤비가 무대화했다. 모두가 행복한 할리우드식 해피엔딩과 미국적 색채가 강한 낙관주의에 왕용범식 유머가 곁들여진다. 이야기 전개와 결말은 식상하지만 원곡의 힘과 출연진의 안정된 가창, 안무가 마음을 비우고 즐기면서 웃을 수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음량이 전반적으로 좀 크다. 귀가 먹먹해지는 일부 장면에선 스피커 볼륨을 조금 낮추는 게 좋겠다. 내달 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전시
퍼즐을 하듯 희망을 붓질하다
국내 구상 화단에서 구자승 화백(72)만큼 탄탄한 구성력과 밀도 있는 묘사력을 동시에 갖춘 탁월한 작가도 드물다. 1970~1980년대 자연주의 작가로 입지를 굳힌 구 화백은 그동안 비워진 술병을 비롯해 보자기, 사과, 레몬, 자두 등 주위에 버려지고 흩어져 있는 것들을 모아 사진처럼 되살려냈다. 그는 화면에 빛과 수평선 기법을 미묘하게 처리해 선율적인 미감을 표현한다. ‘퍼즐을 하듯 희망을 붓질하다’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정교하게 그린 인물화와 정물화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삼성동 이브갤러리. (02)540-5695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아빠가 집을 나간 뒤 엄마와 함께 트럭에서 지내던 꼬마 여자 주인공은 개를 훔쳐 보상금으로 집을 장만할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미국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한 작품이다. 해체된 가족, 가난, 실업, 내 집 마련 등 현실적인 문제를 위트 있게 풀어냈다. 이레, 김혜자, 최민수 주연. 김성호 감독.
화요일인 4일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지역에 따라 눈 또는 비가 내리겠다.3일 기상청에 따르면 4일 새벽부터 강원 산지·동해안과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에 눈이나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오전에 전국으로 확대되겠다. 대부분 밤에 그치지만 강원도와 경상권 동해안, 제주도는 5일 저녁까지 이어지는 곳도 있겠다.3~5일 사흘 동안 강원 산지·동해안과 경북 북동 산지·북부 동해안은 10∼30㎝, 강원 내륙과 경북 북부 내륙은 5∼10㎝, 대구(군위)·경북 남서 내륙은 3∼8㎝의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강원 산지는 최대 40㎝ 이상, 강원 내륙은 최대 15㎝ 이상의 눈이 쌓이는 곳도 있겠다.4일 예상 적설량은 충북 3∼10㎝, 경기 남부와 대전·세종·충남 내륙 3∼8㎝, 서울·인천·경기 북동부와 충남 서해안, 전북 동부 1∼5㎝, 경기 북서부와 서해5도, 전북 중부 내륙, 전남 동부 내륙 1㎝ 안팎이다. 4∼5일 이틀 동안 경북 남부 동해안과 울산·경남 서부 내륙은 3∼8㎝, 울릉도·독도는 1∼5㎝의 눈이 예상된다.3∼5일 사흘간 예상 강수량은 강원 산지·동해안과 제주도 10∼40㎜, 경북 북동 산지·동해안 10∼30㎜, 대구·경북 내륙과 울산 5∼30㎜, 강원 내륙 5∼20㎜다.4일 아침 최저기온은 -5∼4도, 낮 최고기온은 2∼8도로 예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겠다.당분간 전국에 바람이 초속 15∼20m(산지 초속 20∼25m)로 강하게 부는 곳이 많겠다.특히 강풍특보가 내려진 남해안과 경상권 동해안, 제주도는 순간 초속 20m 이상(제주도 초속 26m 이상)으로 매우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다. 미세먼지 농도는 눈과 비가 내린 영향으로 전국이 '좋음'
“이번이 세 번째 관람입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다시 볼 수 있겠나 싶어서 왔어요.”3일 오전 9시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칼바람으로 체감 온도가 영하 3도까지 떨어진 쌀쌀한 날씨에도 매표소 앞의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의 인터넷 예매 티켓이 다 팔리자 현장 판매 표를 구입하려고 ‘오픈런’을 감행한 이들이었다. 전시장 앞에서 만난 김현지 씨(35)는 “부모님께도 전시를 보여드리려고 아침부터 기다려서 표를 샀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 티켓은 오전에 일찌감치 동났다.‘올겨울 최고의 전시’로 불리며 연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1 앞에 긴 줄을 세운 비엔나전이 이날 관람객 25만 명을 돌파하며 94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휴무일을 빼고 계산한 하루평균 관람객은 2700명 이상. 전시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 인원을 매일 꽉 채운 사상 최고 수준의 흥행 열기다. 이번 전시의 대성공이 보여준 한국 문화예술계 달라진 모습을 정리했다. ◇“공부하는 관람객, ‘보는 눈’ 높다”“10여 년 전에 비엔나전이 열렸다면 이렇게까지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을 겁니다. 예전보다 관람객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안목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김찬동 홍익대 미술대학원 초빙교수는 전시 관람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10년 전만 해도 전시업계에서는 작가의 인지도가 곧 전시 흥행과 직결됐다. 그런데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등 빈 분리파 거장들의 국내 인지도는 모네, 고흐 등 인상주의 화가보다 낮은 편이다. 상업성이 강한 밝은 화풍도 아니다. 전
소설가 예소연은 올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아 문단과 독자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2021년 ‘현대문학’의 신인 추천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한 그는 소설집 <사랑과 결함>, 장편소설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등을 썼다. <그 개와 혁명>으로 지난달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소설집 등단 4년 만이었다.1992년생인 그는 2013년 김애란 작가의 최연소 수상 기록(32세)과 타이를 이뤘다. <그 개와 혁명>은 부녀가 함께 아버지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다. 1980년대 학생운동 세대인 아빠 태수와 페미니스트 딸 수민이 의기투합해 태수의 장례식장을 암울하고 딱딱한 공간이 아니라 강아지가 뛰어다니는 ‘개판’으로 꾸민다는 이야기다.예소연은 “가족은 아무리 미워도 같이 살 수밖에 없고, 나를 괴롭혀도 그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존재”라며 “사랑이 전부가 되는 이야기, 사랑으로 혐오와 미움을 부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설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