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다이닝바 루, 경회루에서 즐기던 수라…임금 부럽잖네
경복궁 연못가에 있는 국보 224호 경회루는 조선 3대 임금 태종 시절인 1412년 중건된 뒤 외국 사신을 맞이하거나 전장에 나서는 장수를 격려하기 위한 연회장으로 주로 활용됐다. 한국의 전통미와 외국의 새로운 문화가 결합되는 공간이었다.

대나무 쌈닭
대나무 쌈닭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1층에 최근 문을 연 한식 다이닝 바 ‘루[Lu;]’는 역사 속 경회루를 재해석한 레스토랑이다. 이름도 경회루의 끝 글자를 따서 지었다고 한다.

지난 22일 루를 찾았을 때 첫눈에 들어온 것은 한국 전통 디자인이었다. 매장 외관을 한옥의 창문 모양을 본떠 격자무늬로 꾸몄다. 안으로 들어서니 웅장한 느낌을 준다. 큰 기둥을 사용하고, 천장을 거울로 만들어 공간이 더 넓어 보이게 했다.

한식 다이닝바 루, 경회루에서 즐기던 수라…임금 부럽잖네
궁궐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사용한 고급스러운 금색도 인상적이었다. 직원 유니폼은 폭이 넓은 바지와 저고리 느낌의 조끼 등 한복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안쪽 D룸에 자리를 잡았다. 봉황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그린 벽화가 있는 곳이다. 루에는 이 같은 룸이 6개 있다. 루의 대표 메뉴 몇 가지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용안탕이다. 메추리알을 고기로 감싸 만든 미트볼을 육개장에 넣었다. 약탕기와 비슷한 그릇에 담겨 나왔다. 1997년 경회루 연못을 청소하기 위해 물을 빼니 모습을 드러낸 청동 용 두 마리에서 착안해 개발한 메뉴다. 미트볼이 용의 눈동자를 연상시켰다.

이어 내온 맥적피자는 고구려 시대의 기록을 참고했다. 맥적은 된장으로 양념한 불고기다. 고구려 때부터 먹어온 우리 고유의 음식이다. 맥적피자는 서양식 피자 도우 위에 맥적을 듬뿍 올린 메뉴다. 블랙빈 소스를 곁들인 포크번도 퓨전 메뉴 중 하나다. 뉴욕 등 서양식 샌드위치 사이에 삼겹살을 넣었다.

닭고기를 대나무 잎으로 감싸 구운 대나무 쌈닭, 마시멜로와 다크초콜릿을 크래커 사이에 넣은 디저트 스모어도 인기가 높다고 레스토랑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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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 바를 표방하다보니 주류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1만~2만원대 칵테일은 막걸리를 베이스로 만든 것들이 잘 팔린다. 샴페인 돔 페리뇽과 아르망 드 브리냑, 위스키 조니워커 30년산 등 최고급 술도 갖춰져 있다.

저녁 9시부터는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고급스러운 클럽으로 바뀐다. 강남과 홍대 일대에 있는 그런 클럽은 아니다. DJ들은 대부분 조용하면서도 비트 있는 음악을 선곡한다. 손님들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DJ박스를 마련했다. 이 분위기가 좋아 저녁은 다른 곳에서 먹고 2차로 루를 찾는 사람도 많다.

루에는 룸을 포함해 총 304개의 좌석이 있다. 홀은 젊은 커플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룸은 강남 일대 기업인들이 많이 예약한다.

글=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