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지속에 수익성 압박…은행업 경쟁자로 IT기업까지 가세
국내 은행을 둘러싼 영업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시장 주요 실세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압박을 받고 있다. 은행의 수익성 압박은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전 세계 은행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하지만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수익구조 특성상 국내 은행의 수익성 타격이 상대적으로 심한 편이다. 업종 마진은 2005년 3.1%에서 2011년 2.4%로 줄었고 올 들어 11월 말 현재 1.8%대로 떨어졌다. 2014년 8월과 10월에 기준금리를 모두 50bp(1bp=0.01%포인트) 인하한 효과가 아직 마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만큼 내년 1분기까지는 수익이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업종 마진 민감도가 과거에 비해 둔화됐지만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업종 마진 역시 추가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되고 경기 회복에 따라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업종 수익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은행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과거에 비해 커졌기 때문에 수익 개선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뱅크월렛카카오’를 비롯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은행산업 진출로 인해 업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라 2016년부터 국내 은행 간 계좌이동제가 도입될 예정이므로 기존 고객을 붙잡아두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 간 서비스와 금리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고객들의 전반적인 금리 민감도는 높아지고 있고,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지 않으면서 기업 고객의 대출금리 인하세가 유지되고 있어 은행들의 수익 전망은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

대출성장률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약간 웃도는 연 6% 내외 수준이다. 내년에도 이 정도 수준의 대출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데 주로 중소기업과 가계 부문 대출성장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 기업의 재무건전성 등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개선될 조짐이 없어 은행들은 우량 기업에 한해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상장기업 전체 중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면서 동시에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기업 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로 수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상태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약 6~7% 수준에 머물고 있어 자칫하면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자금중개기능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들의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대출의 위험가중치가 비교적 높은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면 위험가중자산의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데 반해 ROE는 낮아 자본의 증가율이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7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규제 정상화, 9·1 부동산대책과 더불어 8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다소 증가했다. LTV·DTI 규제 정상화로 제2금융권에서 은행 대출로 갈아타는 수요가 증가한 데다 기준금리 인하로 주택담보 대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택담보 대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은행들의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기는 어렵다. 주택담보 대출의 예대금리차가 낮은 데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대책으로 인해 주택담보 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2015년 25%, 2016년 30%, 2017년 40%까지 높여야 하는 부분이 잠재적인 금리 경쟁요인으로 남아 있어서다. 다만 주택담보 대출의 마진이 높진 않지만 관련 대손비용도 낮아 은행들은 향후 부동산경기에 따른 자연 수요에 순응하는 수준의 대출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은행들의 철저한 비용 관리와 더불어 글로벌 상품 및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적정 대가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필요가 크다고 보인다. 은행들의 수익성이 더 낮아지면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금융기능도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진석 <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jason.choi@wooriw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