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최정
하루 만에 야구판에 400억원이 쏟아졌다.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시장에서 원소속구단 독점협상 기간 마지막날인 지난 26일 원소속구단과 계약한 선수 8명의 몸값이다. 27일부터 다른 팀과 협상을 시작한 11명의 계약이 성사되면 지난해 FA 계약 총액 523억5000만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SK 와이번스는 26일 FA 최대어로 꼽히던 최정(27)과 계약 기간 4년에 계약금 42억원 등 총액 86억원의 역대 최고 계약을 맺었다. SK는 김강민(32)과 조동화(33)까지 이날 하루 동안 164억원을 풀었다. 삼성 라이온즈도 윤성환(33) 80억원, 안지만(31) 65억원, 조동찬(31) 28억원 등 3명에게 173억원을 썼다. 4년간 총액 50억원을 받고 LG 트윈스에 남기로 한 박용택(35) 등 원소속팀에 잔류한 8명의 계약 규모는 395억5000만원에 달한다.

판 커진 FA시장…하루 400억 쏟아져
장원준(29)은 롯데 자이언츠의 4년간 최대 88억원 제안을 거절했다. 성사됐다면 최정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이었다. 롯데는 장원준 외에 박기혁(33) 김사율(34) 등 내부 FA 3명에게 총 111억원을 제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롯데는 이례적으로 세 선수에게 제시한 금액을 보도자료로 공개, 충분한 대우를 약속했음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FA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선수들의 몸값이 국내 프로야구 규모나 선수 숫자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미국 진출을 선언했던 김광현(SK)과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국내 최고 에이스 투수로 평가받지만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냉정한 평가로 각각 200만달러(약 22억원), 160만달러(약 17억5000만원) 안팎의 몸값이 책정됐다. 이들의 성적은 장원준보다 높다.

윤성환
윤성환
선수 간 양극화도 심하다. 일본 프로야구는 평균연봉이 국내 프로야구(1억1400만원)보다 4배가량 많지만 FA 몸값은 한국이 더 높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의 나루세 요시히사는 7년간 75승, 평균자책점 2.99를 기록한 에이스급 선발이지만 3년간 약 57억원에 야쿠르트로 이적했다.

타자와 투수 부문에서 최고 계약 기록을 세운 최정과 윤성환의 내년 연봉과 올해 성적을 대입해보면 ‘FA 거품’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최정은 지난해 14개의 홈런을 쳤는데, 내년 연봉인 11억원에 대입하면 홈런 한 방에 7800만원꼴이다. 연봉 8억원을 받는 윤성환은 1승당 약 6600만원을 받는 셈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