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아들과 10년, 봉사 아닌 선물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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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 조준혁 지휘자·허두리 음악감독
매주 금요일마다 아이들과 연습
일상 대화도 힘든데 '악기 수업'
매주 금요일마다 아이들과 연습
일상 대화도 힘든데 '악기 수업'
“한국의 헬렌 켈러를 키우는 설리번 선생님요? 에이~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아이들과 함께한 10년은 오히려 우리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는 특별한 연주회가 열렸다. 청각장애 유소년으로 구성된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 연주단의 열 번째 정기 연주회였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람 가운데 유독 눈가가 촉촉해지는 두 사람이 있었다. 연주단을 10년 동안 이끌어온 조준혁 코리아로얄필하모닉 지휘자(35)와 음악감독인 허두리 육군사관학교 관현악부 강사(33)다.
사랑의달팽이 연주단은 보청기 회사 지엔리사운드의 임천복 대표가 인공와우 수술 청소년의 재활을 돕기 위해 2003년 설립했다. 2005년 자원봉사를 계기로 청각장애 아동과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후 10년째 무보수로 연주단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을 2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조 지휘자는 대학 재학 중 용돈을 벌기 위해 클라리넷 개인교습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 제가 가르치던 사람이 임 대표의 처남이었어요. 이런저런 얘기 도중 청각장애 아이들 연주단에 봉사자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고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죠. 몇 달 후 첫 연주회를 열었는데, 아이들의 눈빛을 보고 나서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조 지휘자는 당시를 ‘밑 빠진 독에 물 붓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일상적인 말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악기 연주를, 그것도 30여명이 일사불란하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 앙상블을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기적이 존재하더군요. 귀가 아닌 눈으로 교감하며, 여기에 아이들의 피나는 노력이 더해지니 이제는 음악만 듣고는 청각장애아의 연주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두 사람 모두 30대 중반의 미혼이지만 이들에게 10년째 ‘불금’(불타는 금요일)은 없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아이들과 연습합니다. 연주회를 앞두고는 1주일에 두세 번 모이기도 하고요. 연습이 끝난 뒤에도 지휘자와 편곡, 무대 구성 등을 의논하다보면 밤 10시를 넘길 때도 많아요.”(허 음악감독)
최근에는 기적이 이어졌다. 연주단 소속 두 명의 단원이 일반인이 참가하는 클라리넷 대회에 나가 대상을 타온 것이다. 제자들의 기쁜 소식을 전하면서 두 사람은 장애아동에 대한 편견 해소와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며 책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JK피터슨)의 한 구절을 들려줬다.
“안 들리면 귀가 아픈 거야?” “아니, 귀는 아프지 않아. 대신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못할 때 마음이 아픈 거야.”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는 특별한 연주회가 열렸다. 청각장애 유소년으로 구성된 ‘사랑의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 연주단의 열 번째 정기 연주회였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람 가운데 유독 눈가가 촉촉해지는 두 사람이 있었다. 연주단을 10년 동안 이끌어온 조준혁 코리아로얄필하모닉 지휘자(35)와 음악감독인 허두리 육군사관학교 관현악부 강사(33)다.
사랑의달팽이 연주단은 보청기 회사 지엔리사운드의 임천복 대표가 인공와우 수술 청소년의 재활을 돕기 위해 2003년 설립했다. 2005년 자원봉사를 계기로 청각장애 아동과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후 10년째 무보수로 연주단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을 2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조 지휘자는 대학 재학 중 용돈을 벌기 위해 클라리넷 개인교습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 제가 가르치던 사람이 임 대표의 처남이었어요. 이런저런 얘기 도중 청각장애 아이들 연주단에 봉사자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고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죠. 몇 달 후 첫 연주회를 열었는데, 아이들의 눈빛을 보고 나서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조 지휘자는 당시를 ‘밑 빠진 독에 물 붓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일상적인 말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악기 연주를, 그것도 30여명이 일사불란하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 앙상블을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기적이 존재하더군요. 귀가 아닌 눈으로 교감하며, 여기에 아이들의 피나는 노력이 더해지니 이제는 음악만 듣고는 청각장애아의 연주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두 사람 모두 30대 중반의 미혼이지만 이들에게 10년째 ‘불금’(불타는 금요일)은 없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아이들과 연습합니다. 연주회를 앞두고는 1주일에 두세 번 모이기도 하고요. 연습이 끝난 뒤에도 지휘자와 편곡, 무대 구성 등을 의논하다보면 밤 10시를 넘길 때도 많아요.”(허 음악감독)
최근에는 기적이 이어졌다. 연주단 소속 두 명의 단원이 일반인이 참가하는 클라리넷 대회에 나가 대상을 타온 것이다. 제자들의 기쁜 소식을 전하면서 두 사람은 장애아동에 대한 편견 해소와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며 책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JK피터슨)의 한 구절을 들려줬다.
“안 들리면 귀가 아픈 거야?” “아니, 귀는 아프지 않아. 대신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못할 때 마음이 아픈 거야.”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