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게 별도의 시험 없이 변리사·세무사 자격을 주는 현행 방식을 폐지하는 변리사법·세무사법 개정안이 다음달 발의된다. 법안을 대표 발의할 사람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대전 유성구)이다. 이 의원은 17·18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 의원은 “변리사·세무사 직역 고유의 전문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별도의 시험을 봐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특히 로스쿨 도입으로 한 해 2000명 이상의 변호사가 나와 현행 방식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처럼 변호사에게 줬던 권리를 축소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변호사의 고유 영역이었던 ‘소송대리권’을 법조 인접직역에서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취임한 정구정 한국세무사회장은 세무사의 조세소송 대리권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올해 초 취임한 고영회 대한변리사회장도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을 변호사와 공동 대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용포 한국공인노무사회장은 노무사의 노동 관련소송 대리권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에는 이들의 주장을 담은 법 개정안이 한 건씩 발의돼 있다.

변호사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승철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변리사·세무사의 일도 ‘일반적인 법률 업무’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변호사의 업무 영역에 속한다”며 “해당 직역의 전문성이 심화됐다면 오히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에 한해 그 분야 업무를 맡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초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어 유권자인 변호사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후보자들이 이런 움직임을 저지하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걸고 있다.

이번 법 개정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변호사 A씨는 “변호사가 변리사·세무사 자격을 받아놓고 활동은 하지 않거나 명의를 다른 사람에게 대여해주고 수수료만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어차피 실질적인 변리사·세무사 활동을 하는 변호사들은 시험을 봐서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자동으로 자격을 주지 않아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