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브람스 음악세계는 피아노 협주곡 2번에 압축됐죠"
독일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는 평생 단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다. 20대 시절인 1859년 1번을 작곡했고, 22년 뒤인 1881년에서야 2번을 작곡했다. 1번이 젊은 브람스의 패기를 보여준다면 2번은 완성된 그의 음악 세계를 보여준다. 2번은 작품의 완성도뿐 아니라 연주가 어렵기로도 유명하다.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68·사진)가 내달 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 곡을 연주한다. 최근 세계 무대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다.

최근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이 곡에 대해 “훨씬 더 폭넓어진 브람스의 음악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며 “이 곡이 어려운 점은 테크닉도 필요하지만 곡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그야말로 ‘순수 음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따로 부제가 붙지도 않았고 어떤 목적을 가진 것도 아니에요. 그야말로 ‘완전한 음악’이죠.”

이번에 함께 공연하는 예르비와는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다. 2010년 예르비가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과 내한했을 때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기도 했다. 백씨는 예르비에 대해 “호흡도 잘 맞고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지휘자”라고 평했다.

백씨는 올해 공연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여러 번 공연을 했다. 지난 7월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제주항 무대에 섰고 8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기념해 광화문 한복판에서 연주했다. 9월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초청으로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연을 열었다.

그는 “음악은 많은 말을 대변할 수 있다”며 “공연이 열린 장소와 곡목을 통해 제 뜻을 충분히 이해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문제가 많아요. 정치, 경제 문제 이전에 사람됨의 문제입니다. 서로 배려하고 남을 생각할 수 있는 교육이 가정에서부터 이뤄져야 하는데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세월호 사건도 이런 문제가 드러난 것이죠.”

음악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음악은 거울과도 같아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거기에서부터 생각하고 반성해 우리가 원래 가진 고귀한 가치를 찾아야 합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