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고객 감동 방송 광고] 땅속에서 방금 꺼낸 듯 아삭…김치에 과학을 담다…소비자 마음을 잡다
[2014 고객 감동 방송 광고] 땅속에서 방금 꺼낸 듯 아삭…김치에 과학을 담다…소비자 마음을 잡다
각 가전업체의 김치냉장고 광고는 매년 김장철을 전후로 비슷한 시점에 방영된다. 김장이 시작되는 11월 중하순을 기점으로 2~3개월 전 일제히 등장했다가 김장 시즌이 지나면 일사불란하게 사라지는 것. 그러므로 타 가전제품들과 달리 한 시점에 집중된 김치냉장고 광고는 평소 광고에 무관심하던 소비자까지도 확실히 비교할 수 있다.

소비자는 광고 속 모델 중 누가 김치를 맛있게 먹는지, 그 김치냉장고에서 나온 김치가 어떤 맛으로 표현되는지, 김치를 먹을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등 광고 속 장면의 기억이 선명한 상태에서 매장으로 가게 된다. 이처럼 이 시기에 몰리는 김치냉장고 광고의 메시지는 소비자의 구매에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가 된다.

[2014 고객 감동 방송 광고] 땅속에서 방금 꺼낸 듯 아삭…김치에 과학을 담다…소비자 마음을 잡다
11월 김장 시즌에 김치냉장고 판매는 정점을 이루고 챔피언 시리즈를 거쳐 승자를 확인한 뒤 내년 시리즈를 기약하며 다들 프로야구단처럼 스토브 리그와 스프링캠프로 돌아간다.

김치냉장고 대표 브랜드 3사는 적극적으로 한 가지 포인트에서 소비자의 기억 요인을 붙들기 위해 단순하면서도 임팩트(충격) 있는 광고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 승부에선 삼성전자 광고가 소비자의 인사이트를 파악한 후 이를 강력한 워딩으로 표현해 소비자의 머릿속 가장 깊은 곳을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제품의 주 기능인 ‘메탈 냉각 방식’을 머릿속에서 더 확실하게 그려지는 ‘그라운드’라는 단어를 사용해 ‘메탈그라운드’로 표현한 것.

실제로 삼성전자는 광고 속 김치를 묻는 장면 연출 없이도 손으로 흙을 쓸어내는 이미지와 ‘메탈그라운드’라는 워딩을 통해 이번 승부처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맛있는 김치’는 사실 엄밀히 따지면 김치냉장고가 내세울 이야기는 아니다. 김치를 담그는 사람의 기술과 손맛, 그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입맛의 문제로 보는 것이 맞다. 그래서 어떻게 그 맛을 오랫동안 싱싱하고 신선하게 보존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김치냉장고 본연의 임무다.

또한,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김치냉장고가 어떻게 김치의 맛을 오랫동안 유지해주는지, 유산균 발효 환경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를 전달하기에는 신빙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심각하게 고려해볼 만한 문제였다. 옛날 선조처럼 김치를 담그면 항아리에 넣어서 땅에 묻고 겨우내 필요할 때 땅에서 꺼내 먹으면 된다는 전통적인 방법을 왜 전에는 광고에 담아낼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까?

[2014 고객 감동 방송 광고] 땅속에서 방금 꺼낸 듯 아삭…김치에 과학을 담다…소비자 마음을 잡다
메탈 냉각 방식이라는 방법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름 하나 지어주었을 뿐인데 이토록 땅에 묻는 김치의 신선함을 보장한다는 제안이 쉽고도 효과적으로 들릴 줄이야. 이 광고를 직접 제작한 업체 ‘미스터 문’ 프로덕션의 문형모 감독에게 제작 회의에서부터 제작 과정 전반에 대한 상황 스토리도 들어봤다.

대행사 제일기획의 조영민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정온성(定溫性)과 땅에 묻은 김치 맛의 두 콘셉트 중에서 땅에 묻은 맛으로 가닥을 잡아가며 초반 제작회의에서 ‘메탈그라운드’라는 M9000모델의 닉네임은 소비자와 소통하는 콘셉트로 확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4 고객 감동 방송 광고] 땅속에서 방금 꺼낸 듯 아삭…김치에 과학을 담다…소비자 마음을 잡다
조영민 CD는 주부의 역할을 고민하는 광고로 소통하는 제작자다. 주부들이 속 시원하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묻는 김치, 메탈그라운드 김치냉장고’라는 카피를 통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한 줄로 풀어내면서 해법을 찾았던 것 같다. 그 유레카의 순간이 얼마나 짜릿했을까? 이 광고를 시청하던 필자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제 광고들은 다 방송됐다. 모든 선택과 결정은 소비자의 머리와 지갑을 여는 손으로 넘어갔다. 올 하반기 김치냉장고의 시장 판도가 궁금하다. 강두필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교수

삼성 지펠아삭 브랜드가 올해는 ‘메탈그라운드’란 개념으로 2015년형 김치냉장고 모델을 새롭게 선보였다. 김치냉장고에서 가장 중요한 정온 유지 비법을 땅속 저장 환경에서 착안, 냉기 보존과 전달 능력이 뛰어난 메탈 소재를 제품 내부에 적용한 ‘메탈그라운드’로 구현한 것. 실제로 우리 선조들은 땅속을 김치 저장을 위한 천혜의 공간이라 말하며 김치를 땅속에 묻어 보관했다. 땅 속은 변화무쌍한 외부 날씨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온도를 유지해 김치 맛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많은 이들이 가장 맛있는 김치를 ‘한겨울 땅속에서 갓 꺼낸 김장 김치’라고 답했다.

[2014 고객 감동 방송 광고] 땅속에서 방금 꺼낸 듯 아삭…김치에 과학을 담다…소비자 마음을 잡다
삼성 지펠아삭의 광고 제작진은 땅속 시스템을 구현한 ‘메탈그라운드’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정보 제공은 물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스토리를 기획해 론칭과 2차 등 총 두 편으로 만들었다.

론칭편 광고는 ‘김치를 묻다’라는 문구를 시작으로 ‘묻다’라는 단어가 가진 두 가지 뜻을 이용해 주제를 언어유희적으로 전달한다. 광고는 김치를 담글 때 소금이나 새우젓을 더 넣을지, 무를 갈아 넣을지 채를 썰어 넣을지, 양파를 넣을지 말지 등 김치 맛을 고민하며 주부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에 대해 김치의 맛을 살리려면 ‘삼성 지펠아삭 메탈그라운드에 묻으라’고 답한다.

광고에서 전지현은 “김치는 결국 묻어야 제맛이죠. 지펠아삭 메탈그라운드에!”라며 주부들의 김치 맛에 대한 고민에 명쾌하게 답한다. 뒤이어 “땅속 시스템을 구현한 메탈그라운드가 땅에 묻은 것처럼 지켜주니까”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메탈쿨링커버’ ‘메탈쿨링선반’ ‘메탈쿨링커튼’ ‘메탈쿨링서랍’ 등 4가지 메탈그라운드 기술로 김치 맛을 꽉 잡아주는 장면을 보여준다. 방금 썬 김치를 ‘아삭’하는 소리와 함께 맛있게 먹는 전지현의 모습은 시청자의 침샘까지 자극한다.

다른 광고에서 보기 어려웠던 특별한 촬영 기법이 사용됐다. 열 감지 카메라를 사용해 냉장고 문이 열렸을 때도 내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점을 보여준 것. 이로써 내부 온도를 지켜주는 제품의 기술력을 소비자에게 신뢰감 있게 전달했다. 이번 열감지 촬영 장면은 소비자에게 메탈그라운드의 정온성을 과학적으로 보여줘 신빙성을 높이면서 시청자의 주목도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2차 광고는 같은 김치라도 보관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주부들에게 실제 있을법한 이야기로 표현했다. 전지현 모녀의 김치 이야기가 그것.

‘김치를 묻다’라는 자막과 함께 김치를 꺼내 식사를 준비하는 딸 전지현이 차려낸 김치를 맛본 후 “오~ 김치 맛있다!”고 감탄하는 엄마 모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어 ‘시어머니 솜씬가?’하고 의아해하는 엄마에게 “그거 엄마가 담가 준 거잖아”라고 말한다. 자신이 담근 김치보다 더 맛있다는 엄마에게 “나는 묻었거든! 지펠아삭 메탈그라운드에”라고 말을 잇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가 “원래 내 거잖아”라며 다시 가져가려고 하자 딸은 “엄마!”라고 소리친다.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배가시켰다.

광고 속 전지현과 엄마 모델은 진짜 모녀지간이 아니냐는 소비자 반응이 나올 정도로 촬영 내내 실제 모녀처럼 다정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현장을 이끌었다. 또한 모델 전지현은 제법 익숙한 자세로 김치를 썰고 맛을 보는 등 주부의 면모까지 보여줘 스태프의 눈길을 모았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