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욱路 김종철길·박춘희路 전병대길…동작경찰서의 실험…골목길 '治安 실명제'
서울 동작경찰서가 범죄에 취약한 골목마다 담당 경찰관을 지정하는 ‘경찰관 관심 골목길(경찰관길)’ 제도를 도입해 화제다.

경찰관길은 차량 순찰이 어려운 골목을 걸어서 순찰하는 경찰관의 이름을 붙여 해당 구역의 안전과 치안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이달 초 도입했다. 지구대 관내 순찰구역은 순찰팀장의 이름을 따 ‘OOO로’로 하고, 구역 내 범죄 취약 골목은 순찰팀원의 이름을 붙여 ‘OOO길’로 부르고 있다.

‘장세욱로’엔 ‘김종철길’ ‘신영환길’ 등이, ‘박춘희로’엔 ‘전병대길’ ‘조병국길’ 등이 있다. 현재 동작경찰서 관할 지역에는 28개로와 237개길에 경찰관의 이름이 붙어 있다.

동작경찰서는 각 골목 모퉁이엔 담당 경찰관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알림판을 붙여 놓았다. 하지만 경찰관의 실명은 쓰지 않았다. 범죄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어서다.

대신 ‘이 골목길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관입니다. 저의 가족처럼 주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다짐의 문구를 넣었다.

부담이 있지만 보람과 자부심은 커졌다는 게 경찰관들의 반응이다. 김정호 노들지구대 경위는 “일부러 ‘김정호길’로 둘러 퇴근하곤 한다”며 “캐리커처를 본 주민들이 먼저 알아보고 안심이 된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찰관 길’은 이현훈 노들지구대장(경감)이 제안했다. 평소 차량 진입이 어려운 골목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순찰할지 고민하다 우연히 경기 수원시에 만들어진 축구선수 ‘박지성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노들지구대의 시도가 좋은 반응을 얻자 동작경찰서는 이달 초 모든 지구대와 파출소로 경찰관길을 늘렸다. 윤외출 동작경찰서장은 “경찰관이 챙겨보고 있는 골목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그만큼 범죄가 줄어들게 마련”이라며 “다른 경찰서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