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퉁(상하이, 홍콩 증시 교차구매) 시행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중국 증시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단 후강퉁 시행 첫주에는 오히려 1조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돼 한숨을 돌렸지만 중장기적인 수급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국계 자금의 ‘장기 흐름’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1조 매수'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썰물 前 ‘작은 밀물’?

후강퉁 시행 1주일 동안 우려했던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규모 이탈’은 발생하지 않았다. 중국 증시가 조정국면에 들어갔고, 이번주 중국 증시에서 대규모 신주 발행이 예정돼 있어 매수시기 조정에 나선 이유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후강퉁 시행 첫날인 지난 17일 321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을 빼곤 4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한 주 동안 외국인이 사들인 물량은 총 1조293억원어치로, 하루 평균 2058억원어치를 매입하는 ‘적지 않은 순매수’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한국 증시는 신흥국 내에서도 외국인 자금 유입세가 약한 축에 속했다. 이달 한국 증시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5억7200만달러로 대만 증시(21억8810만달러)의 4분의 1, 인도 증시(14억7210만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연간으론 유입자금이 대만 증시의 절반가량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달에는 대만과의 격차가 더욱 커졌다. 시장 규모에서 차이가 큰 태국 증시(2억790만달러)와도 격차가 벌어지지 않았다

지난 21일 밤 중국 인민은행이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선 점도 부담이다. 중국 금리 인하로 위안화 약세현상이 빚어질 경우 외국인의 중국 주식 편입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이 경기침체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로벌 화폐전쟁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위안화 약세가 진행될 경우 한국 경제와 증시에는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다”고 했다.

○외국인 동향 ‘시금석’ 종목은

외국인 자금 동향에 대한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본격적인 투자변수 발생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꾸준히 사는 종목으로 외국인 투자패턴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지난주 외국인은 삼성SDS(4202억원) 포스코(1776억원) KCC(1288억원) 네이버(523억원)를 집중적으로 매집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이 있거나 그동안 하락폭이 컸던 우량 대형 경기민감주를 사들인 것이다. 겨울철을 맞아 전력·난방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한국전력(387억원), SK가스(380억원)도 주요 구입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LG생활건강(331억원) 등 화장품주에 대한 관심도 여전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분석한 20일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연중 최고치에 오른 종목 현황도 비슷했다. 본격적으로 매집하고 있는 삼성SDS를 비롯 포스코(54.92%) 현대제철(19.78%) LG생명과학(6.71%) 등은 연일 외국인 지분율 연중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KB금융(68.20%) 하나금융지주(70.16%) 등 금융주에 대한 지분율도 꾸준히 높였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 들어 외국인은 지배구조 개편 관련 종목과 주가가 저렴한 종목을 주로 사고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기업을 파는 패턴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김동욱/강지연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