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KB금융 제공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KB금융 제공
윤종규 신임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21일 “LIG손해보험 인수를 희망하고 있으며 감독기관에 자회사 편입 승인을 간곡히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회장 겸 행장으로 선임된 후 주주들의 질문에 “비은행 부문의 육성 필요성과 고령화·저출산 추세를 감안하면 보험업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회장의 임기는 2017년 11월20일까지다.

○“LIG손보 인수 시너지 있다”

윤 회장은 ‘손보사를 인수해 시너지를 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최근 손보사가 생보사와 굉장히 비슷해졌고, 특히 LIG손보는 장기보험상품 비중이 70%를 넘는다”며 “장기보험은 KB금융의 기존 리테일 상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이어 “LIG손보가 갖고 있는 고객망도 좋고 자동차 보험도 나쁘지 않다”며 “전임 경영진이 추진한 LIG손보 인수를 철회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웰스매니지먼트(WM)와 관련해 증권업도 중요하다”고 밝혀 향후 증권사 인수 가능성을 내비쳤다.

KB금융은 지난 8월 금융당국에 LIG손보 자회사 편입 승인을 신청했지만 금융당국은 KB금융의 사외이사 등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이경재 이사회 의장이 사임하면서 다른 사외이사들도 물러날 경우 LIG손보 편입 승인이 연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장 추가 사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날 주총에서 김영진 임시 이사회 의장(서울대 경영대 교수)이 사외이사 책임론에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외이사들이 더 잘했더라면 KB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사들이 질타받을 분들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 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국민銀, 리딩뱅크로 복귀할 것”

윤 회장은 “당분간 행장을 겸임하는 것은 KB금융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KB금융을 정상화하려면 국민은행이 리딩뱅크로 복귀하는 게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KB금융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 육성에 힘쓰겠다는 말도 했다. 그는 이날 오후 열린 취임식에서 “내부에서 CEO가 배출되는 토양 마련이 중요하다”며 “경영승계 프로그램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선 “최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며 “외부는 물론 내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선책을 반드시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업력 강화 방안도 제시했다. 윤 회장은 “현장의 리더가 소(小) CEO로서 영업점을 경영하도록 권한을 위임하고 재량권을 부여하겠다”며 “KB금융 재건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부터 새로운 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1등 금융그룹의 위상 회복이라는 꿈을 이루고 대한민국 금융의 새 역사를 만들자”며 이를 위한 방안으로 직원들의 자긍심 회복, 고객 신뢰 회복, 차별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더 이상 청탁으로 인사를 해결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보여주기식 일 처리, 형식적인 보고와 회의 문화도 실질적이고 실천 중심으로 바꾸자”고 역설했다.

한편 KB사태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았던 국민은행 사외이사 중 김중웅 이사회 의장이 이날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내년 4월 임기 만료 전에 사외이사직도 사임키로 했다. 오는 25일 임기가 만료되는 박재환 이사도 연임하지 않고 물러난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