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해외 첫 사무소 개설
삼성생명 "연간 8000억씩 투자"
국민연금 "해외비중 더 늘릴 것"
해외로 눈 돌리는 ‘큰손’들
한국투자공사(KIC)가 미국 도심 지역 유통센터에 1조원 넘는 돈을 넣는 등 국내 ‘큰손’들이 해외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 상품으로는 기관마다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가 어려워서다. 국민연금만 해도 2030년대에 들어서면 기금 수지 역전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구조가 된다. 기금 고갈을 최대한 막으려면 흑자 구조를 이루고 있을 때 최대한 고수익 상품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이 고수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2030년 중반까지 채 20년이 안 남았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 국민연금의 해외 부동산 투자액은 총 15조원(약정 기준)으로 전체 자산 대비 3% 수준이다.
가입자에게 매년 5%대의 이자를 돌려줘야 하는 각종 공제회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운용 비용 등을 감안해 연 6~7%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을 찾아야 한다. 연 5% 이상 수익률을 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생명보험사들 역시 대체투자 상품 중에서 해외 부동산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명규 삼성생명 부동산사업부장은 “국내외를 합해 연간 8000억원 정도의 투자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209조원의 삼성생명 운용자산 중 해외 부동산 투자액은 1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두 자리 수익률 기록 중”
기관마다 해외 부동산 투자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는 등 ‘효험’을 봤다는 점도 해외 부동산 투자 열기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김재범 사학연금 대체투자팀장은 “2012년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산 상업용 빌딩은 공실률이 매우 낮은 데다 가격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민연금 역시 HSBC 빌딩 외에 뉴욕 맨해튼에 있는 험슬리 빌딩 등을 인수가 대비 30% 안팎 수익률로 매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일 ‘ASK 2014-글로벌 부동산투자 서밋’에 참가한 국내 기관들은 향후 경기 침체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이라는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직원공제회가 미국 교원퇴직연금과 1조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미국 부동산 시장에 공동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 내 ‘랜드마크’형 빌딩을 사는 데 주력했던 국민연금도 경기 하락에 대비해 보수적인 투자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강영구 국민연금 해외부동산팀장은 “국민연금은 2009년 글로벌 경제 회복기부터 해외 부동산을 산 덕분에 과실을 얻고 있지만 10년 주기의 경기 사이클을 감안하면 앞으로 투자는 경기 하락에 대비한 투자여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기존까진 핵심 세입자만 확보되면 조 단위 투자도 과감하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매입시 현지 은행에서 빌리는 대출 조건을 상세하게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강 팀장은 “미국만 해도 5년짜리 대출을 받을 때 중도 상환 수수료를 감수해야 한다”며 “경기 침체기에 보유 자산을 매각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이런 대출 조건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도 상환 수수료 없이 연 1%대 금리로 장기 대출을 해주는 일본이 주목받는 이유다.
박동휘/하헌형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