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점령한 政피아] 재취업길 막히자 인사 적체…부처마다 무보직 간부 넘쳐
후폭풍은 거셌다. 퇴직 공무원들의 재취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미 산하기관장에 내정됐던 관료들도 ‘없던 일’이 됐다. 정부는 지난 6월 퇴직 공무원의 취업이 제한되는 영리 민간기업 수를 3960곳에서 1만3466곳으로 대폭 늘렸다. 심지어 일부 주유소와 정미소까지 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뿐만이 아니다. 국회에 올라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취업 제한 기간도 늘어난다. 4급 이상 공무원(일반직 기준)은 앞으로 취업 제한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업무 관련성 적용 범위도 소속 부서에서 기관으로 확대된다. 한 고위 공무원은 “공직을 마치고 나면 3년간 갈 곳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퇴직하지 않은 현직 공무원들의 인사도 꽉 막혀 있다. 1급 또는 국장급 관료들을 내보낼 자리가 없어지다 보니, 내부 인사까지 꼬이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웬만한 부처엔 보직 없는 국장급 이상 간부가 보통 서너 명 이상씩 있다”고 전했다.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까지 본격화되면서 관료들 사이에선 ‘한숨’과 ‘체념’ 분위기마저 나타나고 있다. 정부 부처의 한 1급 관료는 “관피아 논란으로 욕만 실컷 먹고 퇴임 후엔 갈 곳도 없는데, 연금마저 깎이면 어떻게 노후를 준비해야 할지 갑갑하다”고 털어놨다.
일부에선 ‘자업자득’이란 말도 나온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온 관료들이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다 이 지경까지 왔다는 지적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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