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충북 음성에 태양광 모듈 공장을 짓는다.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무관세 혜택을 활용해 미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이다.

한화솔라원은 230㎿ 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을 세워 내년 5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17일 발표했다. 한화가 국내에 태양광 셀이나 모듈 공장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음성공장의 생산 능력은 인구 30만명의 도시가 사용하는 전기량과 맞먹는 규모다.

한화솔라원은 공장 건설에 130억원을 투자하고 200여명의 신규 인력도 채용할 계획이다. 모듈 연구개발 인력도 꾸준히 확충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연간 1400억원의 매출과 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한화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화솔라원은 그동안 중국 공장에서 태양광 모듈을 국내에 수입해왔다.

최근 국내 태양광 시장이 강한 성장세를 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 상반기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375㎿로, 반기 설치량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455㎿, 2012년은 177㎿ 수준이었다.

한화는 한화솔라원과 함께 한화그룹의 양대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큐셀을 통해 국내 태양광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한화큐셀코리아는 올 들어 지금까지 85㎿의 태양광 모듈을 국내에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판매 실적(54㎿)의 두 배에 이르는 것이다.

한화솔라원의 음성공장 건설은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최근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5년간 부과할 방침이어서 무관세 혜택을 받는 국내에 생산기지를 세운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은 한화솔라원에 세 번째로 큰 시장인 데다 2GW 규모의 모듈 공장이 중국 치둥(啓東)에 있어 반덤핑 관세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