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감독 당국이 한국 금융감독원에 국내 은행들의 중국법인 경영실태에 대해 유의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산건전성 관리가 허술할 뿐만 아니라 잦은 법인장 교체 등으로 경영의 연속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17일 “최근 중국 감독당국 관계자들이 금감원을 방문해 국내 은행 중국법인이 자산을 급격히 늘리는 반면 건전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최근 은행들에 공문을 보내 중국 점포의 여신건전성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중국 진출 국내銀에 날아온 '부실 경고장'
○“예금유치 위해 지급보증 마라”

중국 감독당국의 이 같은 요청을 받은 금감원은 적잖이 당황한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금융권에서 중국법인들의 자산건전성에 우려를 나타낸 적은 있지만 중국 감독당국이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양국 간 관계를 고려해서라도 중국 감독당국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은행들에 공문을 보내 ‘중국법인의 예금유치를 위한 과도한 지급보증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거액 예금을 받는 대가로 기업에 지급보증을 서는 일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담보 및 보증부 대출을 취급할 때 담보와 보증에 대한 평가를 엄격히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특정 업종에 여신이 편중되는 점도 지양할 것을 요청했다.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여신취급 등에 대한 감리를 강화할 것도 요구했다.

○자산은 불지만 건전성은 악화

국내 은행 중국법인의 자산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은행의 중국법인 총 자산은 2012년 말 718억700만위안에서 2013년 말 914억2200만위안, 2014년 9월 말 1014억700만위안으로 늘었다. 반면 자산건전성은 악화되고 있다. 대출원리금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 즉 고정이하여신 비율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은행 중 4개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2012년 말보다 올라갔다. 이 중 두 개 은행의 중국법인은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각각 1.58%와 1.06%였다.

은행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중국에서 살아남으려면 당분간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밖에 없어 성장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예금 유치를 위한 지급보증도 알고 보면 중국 감독당국의 규제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중국 금융감독 당국은 2011년 말부터 외국계 은행에 예대율을 75%로 맞추라고 지도하고 있다”며 “현지 법인의 성장을 위해서는 예금을 더 많이 받아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예대율이란 대출금 잔액을 예금으로 나눈 수치다.

중국 감독당국은 자산건전성 관리뿐 아니라 잦은 중국법인장 교체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