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포츠산업인가! 벽을 넘어서…스포츠산업 코리아 거침없는 질주
양궁 제조업체 윈앤윈의 박경래 사장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양궁 장비를 통해 세계를 휘어잡은 나노 카본 제조 기술로 글로벌 자전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스포츠용품 분야의 대표적인 무역수지 적자 품목이다. 값비싼 해외 브랜드가 국내시장을 장악해 경기용은 물론 일반용 국산 자전거가 전무할 정도다. 박 사장은 “충분한 기술력을 지닌 데다 자전거 인구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향후 3년 이내에 연매출 5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불황에도 ‘나홀로 성장’

왜 스포츠산업인가! 벽을 넘어서…스포츠산업 코리아 거침없는 질주
국내 스포츠산업 시장 규모는 2008년 26조3610억원에서 2012년 38조6910억으로 46.7% 성장했다. 윈앤윈 같은 창조형 기업들이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전해온 결과다.

글로벌 추세도 스포츠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짐작하게 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BIS월드가 파악한 지난해 미국의 스포츠 러닝화시장 규모는 31억달러(약 3조3400억원). 특히 중량이 가벼운 기능성 스포츠화 매출은 올 상반기에만 약 22% 증가했다. 건강과 행복한 삶을 중요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된 결과다.

지난달 중국은 2025년까지 스포츠 관련 산업 규모를 5조위안(약 860조45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 스포츠 진흥을 국가전략으로 내세워 스포츠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반 시민을 위한 체육시설을 늘리는 한편 각급 학교에서 하루 1시간 이상 스포츠 활동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우리 정부의 육성 의지도 분명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년간 총 2740억원을 투자해 스포츠산업을 미래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스포츠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지난해 내놓았다.


세계 스포츠시장, 핵심 키워드 ‘융·복합’

생활스포츠 강국인 독일의 지난해 피트니스시장 전체 매출은 59억달러를 기록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특히 생활스포츠에 최첨단 장비들이 도입되면서 과학기술과 접목된 융·복합 산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동작을 인식하는 3D(입체) 영상장비나 심장 단련기구 등이 그런 사례다.

최근 삼성전자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세계가전쇼) 2014’에서 나이키와 공동 개발한 ‘나이키 플러스 러닝’을 탑재한 스마트워치 ‘기어S’를 선보인 것도 마찬가지다. 센서와 위성위치정보시스템 등을 활용한 건강관리용 착용형 기기 ‘기어S’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융·복합으로 해결한 제품이다.

지난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한 피팅(PTiNG)은 피트니스 트레이너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앱을 개발한 ‘스타트 업’ 기업이다. 정종욱 피팅 대표는 "피트니스 지도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안정적인 회원 유치와 맞춤형 소비자 서비스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피트니스 강사뿐만 아니라 디양한 종목의 은퇴체육인을 지도자로 활용해 우수한 경기력에 IT를 더한 창조형 서비스로 세계 시장에 도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보영 한국스포츠과학기술포럼 회장은 “최근 세계 스포츠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융·복합”이라며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의 정보기술(IT) 및 제조기술과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지원책이 더해진다면 스포츠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전기를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건강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스포츠산업이 발전하려면 생활체육 인구가 내수를 받쳐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문체부가 전국 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주일에 1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인구는 응답자의 45.5%에 불과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미국 다빈치연구소장은 “고령화에 인구 증가 속도까지 둔화되는 상황에서 국민 건강이 정책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활스포츠가 활성화되면 국민 건강 증진, 프로스포츠 활성화, 용품산업 발전, 일자리 창출 발전 등 1석4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오일영 상명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현재 전체 노동인구의 1.0~1.5% 수준인 국내 스포츠산업 분야 고용 비중이 유럽 평균(5.0~5.5%)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수십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