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KB금융그룹 경영진에 LIG손해보험 인수와 관련,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계열사 편입 승인을 미루는 것을 넘어 인수 자체에 회의적 시각을 나타낸 것이다. ‘KB사태’로 KB금융의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린 데다, 은행지주회사가 손보사 인수로 시너지를 내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연내 승인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원점 재검토 필요”

금융위 "LIG손보 인수 부정적"…KB금융에 통보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 내정자에게 사실상 LIG손보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윤 내정자를 비롯해 KB금융 경영진은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늦어도 이달 26일 또는 내달 초 열리는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LIG손보 인수에 대한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해 왔다.

금융위가 부정적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불안정한 KB금융의 지배구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사외이사들과 일부 임원이 나간다고 지배구조 문제가 갑자기 해결되는 건 아니다”며 “인수 후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 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지주사의 손보사 인수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깔려 있다. 통상 손보사의 경우 같은 대기업 계열사 간 자산 및 직원들과 연계한 영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일반 금융지주사가 손보사를 인수할 경우 영업이 쉽지 않다고 금융위는 보고 있다.

또 다른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검토할 사안이 워낙 많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도 연내 승인은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가 인수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KB금융 사외이사들의 자진사퇴를 유도하기 위해 압박 강도를 높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KB금융 “승인 지연 이해 안 돼”

KB금융은 지난 6월 LIG손보와 주식매매계약을 맺고 당초 9월 중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금융당국의 승인 지연에 대해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만이 크다.

금융당국이 문제 삼고 있는 지배구조의 경우 개선방안을 만들겠다고 이사회까지 나서 결의했음에도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KB사태’를 이유로 사외이사들의 퇴진을 요구한 것도 금융당국의 과도한 간섭이라는 반응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KB캐피탈을 자회사로 편입할 때와 지배구조 자체가 달라진 것이 없는데 LIG손보만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국이 손보사 편입 후 시너지를 염려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LIG손보는 국민은행의 소매 창구와 기업 고객을 공유해 고객 기반을 늘리고, KB금융은 LIG손보 보유 건물에 복합점포를 설치해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LIG손보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LIG손보 노조는 “승인이 지연되면서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창민/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