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엄마가 알아야 할 입시 ⑥] 2%의 표절 자소서가 만든 80%의 '입시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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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에선 입시 절차에서 2%의 의심이 80%의 불신으로 팽창하는 현실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동안 이 프로젝트에 연재된 기사를 읽어 온 독자들이라면 아실 텐데요. 저는 성적에 따른 ‘줄 세우기 입시’가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다양한 잠재적 능력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입학사정관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쪽이죠.
단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도 신뢰, 둘째도 신뢰.”
점수화 되지 않지만 공정한 평가의 룰(rule)이 적용된다는 믿음. 8화(‘목동 엄마’의 편지 “그래서 어쩌라고요?)에서도 강조했듯 입시의 신뢰성이 생명입니다. 대입 학생부종합전형과 고입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이 이 사례에 속하지요.
◆ "2%는 결코 작지 않은 숫자입니다"
2%. 무슨 수치일까요? 바로 지난 대입에서 수험생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가 ‘표절 의혹’을 받은 건수입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회선 의원(새누리당)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부터 제출받은 ‘2014학년도 입학생 대상 대학별 유사도 검색 결과’인데요. 표절이 의심되는 ‘의심’ 수준과 ‘위험’ 수준을 합치면 전체의 약 2%가 나옵니다. 세부 자료를 볼까요. 32만4060건의 자소서 가운데 의심 수준(유사도 5~30%)은 0.37%, 위험 수준(30% 이상)은 0.02%였습니다. 교사추천서의 경우 18만349건 중 의심 수준(20~50%)은 3.57%, 위험 수준(50% 이상)은 0.89%에 달했습니다.
자소서와 추천서를 합쳐 모두 50만4409건 가운데 9316건의 표절 의혹이 있었다는 통계가 산출됩니다. 비율로 따지면 약 2%, 정확히는 1.85%가 됩니다.
이 수치는 적은 걸까요, 많은 걸까요? 자소서와 추천서를 직접 평가하는 대학 입학사정관의 얘기부터 들어봤습니다.
“표절 의혹이 9000건 이상이라고 하니 많아 보이지만 전체 비율은 2% 미만이에요. 또 유사도 검색에서 의심 수준 이상으로 나왔다고 해서 모두 표절은 아니거든요. 수험생에게 소명 자료를 받거나 면접을 통해 충분히 걸러낼 수 있습니다.” (김경숙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
독자 분들도 비슷한 생각인가요? 제가 보기엔 아닌 것 같습니다. 다소 안이한 인식에 검증도 허술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어요.
◆ 그럴 거면 도대체 검증은 왜 하나요
입학사정관들의 입장은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표절이나 대필이 그렇게 많지 않으며 입시 전형에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는 것. “지원자 면접을 보면 (표절·대필 여부를) 모른 척 하려해도 모를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표절 등이 의심되는 건에 대해선 어떤 후속 절차를 밟을까요.
자소서·추천서에 대한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운영하는 대교협에 물어봤습니다. 김병준 대교협 입학지원팀장은 “대교협은 유사도 검색 결과 자료를 각 대학에 제공하는 수준에 그친다. 해당 수험생에 대한 감점 여부 등의 판단은 각 대학에 맡긴다”고 답했습니다.
공은 다시 학교로 넘어갑니다. ‘표절 의혹이 있으면 감점 조치되느냐’는 질문에 “유사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 해서 곧바로 감점 등의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소명을 받거나 면접에서 확인하고, 또는 입학전형 관련 위원회를 열어 처리한다는 겁니다.
표절이 의심된다는 자료를 학교 측에 넘겨줘도 명시적인 후속 조치는 나오지 않는 것이죠. 입학전형을 진행하는 각 학교의 판단에 따른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현행 방식은 재고돼야 합니다. 좀 더 타이트한 가이드라인이 절실합니다.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유사도가 확인됐다면 감점에서 불합격까지 주도록 입학사정을 강화하고,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경우에 한해 소명 받아 구제하는 식으로 선후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보다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자기소개서’가 남의 머리에서 나온다면 입시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문제가 발견되면 징벌적 불이익이 주어져야 자소서·추천서 표절과 대필 등이 근절되고, 역으로 신뢰도가 확보되지 않을까 싶어요.
◆ 80%의 생각 "거짓스펙·자소서 있다"
자소서 표절이 의심되는 사례는 2%였지만 이로 인한 입시 불신은 80%까지 눈덩이 불어나듯 커졌습니다.
최근 진로진학상담교사포럼과 한양대 대입전형R&D센터가 공동 조사한 ‘대입 수시전형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는 이러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전국의 고교 학생 397명, 학부모 302명, 교사 476명 등 모두 1175명이 설문에 참여했습니다. 설문 결과를 보면 “학생부에 ‘거짓 스펙’이 기재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74%, 학부모는 75%로 나타났습니다. “자소서 대필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80%, 학부모 83%나 됐습니다.
입학사정관제(학생부종합전형)의 주된 평가 잣대인 학생부 스펙과 자소서에 조작이나 부정이 있다는 인식이 무려 70~80%대에 달한 것입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입시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이 드러난 숫자”라고 표현했습니다. 물론 이 설문 결과가 곧 ‘80%가 학생부 스펙이나 자소서에 부정을 저지른다’는 팩트(fact)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일부 스펙 조작 사례가 기사화 되면서 부정적 인식 확산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따라서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진 면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너도 나도 입시 부정이 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누가 정공법을 쓸까요.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자칫 입시 자체가 ‘불신의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 검증 시스템,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고입은 다를까요? 그렇지 않죠. 특목고와 자사고 등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은 평가 요소와 방식이 대입 입학사정관제와 유사합니다. 학생부 스펙, 자소서, 추천서 등이 평가 잣대가 됩니다.
앞서 봤듯 대입의 경우 대교협이 운영하는 유사도 검색 시스템이 있는데요. 고입에도 자소서와 추천서 등의 표절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공통 검증 시스템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답변이 엇갈립니다. 한 특목고 입학 담당 교사는 “한국교육개발원이었던가요? 거기에서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개발한 것 같은데…”라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교육개발원에 문의해 보니 모르는 일이라는군요. 기관명이 헷갈렸을 수 있으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연락해 보라고 합니다. 평가원에 문의했습니다. 역시 모른다고 하네요.
관할청은 알고 있겠죠. 서울시교육청에 전화했습니다. 여기저기 유관 부서에 알아봤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수소문 끝에 알아낸 출처는 경기도교육청입니다. 경기교육청이 구축한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전국의 외고·국제고·자사고가 이용한다고 합니다.
의문이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검증 시스템 운영 주체도 잘 모르는데 활용은 제대로 하고 있을까요. 우선 이 시스템도 ‘사전 참고자료’ 성격이 강합니다. 유사도를 판별해 고교에 보고서 형태로 수치를 제공하면 학교가 자체 입학전형위원회 등에서 감점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입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고교 입학 담당 교사가 신청하면 사용 권한을 부여한다. 자소서 기재 금지사항이나 특정 단어, 문구 등을 금칙어로 설정해 유사도를 판별한다”면서 “1차 해당 고교 지원자 간, 2차 입학년도, 3차 과년도 자소서 순으로 수차례 반복 체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검증 시스템은 학교 측에 참고자료만 제공하고, 학교가 자소서 표절 의혹에 대한 감점 여부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대학이나 고교나 동일했습니다. 특히 고입 유사도 검색 시스템은 대교협 시스템과 달리 몇 % 이상은 ‘의심’ 또는 ‘위험’ 수준 식으로 설정돼 있지도 않죠. 입학전형 절차에서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보이는 대목입니다.
검증 시스템에 무게중심을 두는 방향으로 바꿀 것을 제안합니다. 유사도 몇 % 이상을 표절이나 대필로 볼지 확실한 기준을 정하는 게 우선이겠죠. 그런 다음 일정 기준치를 넘는 지원자에 대한 감점·불합격 등의 후속 조치를 명시합니다. 마지막 학교 입학전형 단계에선 예외적 사례만 구제하는 형태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인풋보다 아웃풋' 대일외고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다음 화에선 ‘인풋(input)보다 아웃풋(output)이 좋은 외고’를 자부하는 대일외고를 다룹니다. 대일외고는 학년별로 진화하는 수시 맞춤형 체계적 비교과활동을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또 하나, 대일외고의 ‘목동 이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하네요.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그동안 이 프로젝트에 연재된 기사를 읽어 온 독자들이라면 아실 텐데요. 저는 성적에 따른 ‘줄 세우기 입시’가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다양한 잠재적 능력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입학사정관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쪽이죠.
단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도 신뢰, 둘째도 신뢰.”
점수화 되지 않지만 공정한 평가의 룰(rule)이 적용된다는 믿음. 8화(‘목동 엄마’의 편지 “그래서 어쩌라고요?)에서도 강조했듯 입시의 신뢰성이 생명입니다. 대입 학생부종합전형과 고입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이 이 사례에 속하지요.
◆ "2%는 결코 작지 않은 숫자입니다"
2%. 무슨 수치일까요? 바로 지난 대입에서 수험생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가 ‘표절 의혹’을 받은 건수입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회선 의원(새누리당)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부터 제출받은 ‘2014학년도 입학생 대상 대학별 유사도 검색 결과’인데요. 표절이 의심되는 ‘의심’ 수준과 ‘위험’ 수준을 합치면 전체의 약 2%가 나옵니다. 세부 자료를 볼까요. 32만4060건의 자소서 가운데 의심 수준(유사도 5~30%)은 0.37%, 위험 수준(30% 이상)은 0.02%였습니다. 교사추천서의 경우 18만349건 중 의심 수준(20~50%)은 3.57%, 위험 수준(50% 이상)은 0.89%에 달했습니다.
자소서와 추천서를 합쳐 모두 50만4409건 가운데 9316건의 표절 의혹이 있었다는 통계가 산출됩니다. 비율로 따지면 약 2%, 정확히는 1.85%가 됩니다.
이 수치는 적은 걸까요, 많은 걸까요? 자소서와 추천서를 직접 평가하는 대학 입학사정관의 얘기부터 들어봤습니다.
“표절 의혹이 9000건 이상이라고 하니 많아 보이지만 전체 비율은 2% 미만이에요. 또 유사도 검색에서 의심 수준 이상으로 나왔다고 해서 모두 표절은 아니거든요. 수험생에게 소명 자료를 받거나 면접을 통해 충분히 걸러낼 수 있습니다.” (김경숙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
독자 분들도 비슷한 생각인가요? 제가 보기엔 아닌 것 같습니다. 다소 안이한 인식에 검증도 허술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어요.
◆ 그럴 거면 도대체 검증은 왜 하나요
입학사정관들의 입장은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표절이나 대필이 그렇게 많지 않으며 입시 전형에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는 것. “지원자 면접을 보면 (표절·대필 여부를) 모른 척 하려해도 모를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표절 등이 의심되는 건에 대해선 어떤 후속 절차를 밟을까요.
자소서·추천서에 대한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운영하는 대교협에 물어봤습니다. 김병준 대교협 입학지원팀장은 “대교협은 유사도 검색 결과 자료를 각 대학에 제공하는 수준에 그친다. 해당 수험생에 대한 감점 여부 등의 판단은 각 대학에 맡긴다”고 답했습니다.
공은 다시 학교로 넘어갑니다. ‘표절 의혹이 있으면 감점 조치되느냐’는 질문에 “유사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 해서 곧바로 감점 등의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소명을 받거나 면접에서 확인하고, 또는 입학전형 관련 위원회를 열어 처리한다는 겁니다.
표절이 의심된다는 자료를 학교 측에 넘겨줘도 명시적인 후속 조치는 나오지 않는 것이죠. 입학전형을 진행하는 각 학교의 판단에 따른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현행 방식은 재고돼야 합니다. 좀 더 타이트한 가이드라인이 절실합니다.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유사도가 확인됐다면 감점에서 불합격까지 주도록 입학사정을 강화하고,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경우에 한해 소명 받아 구제하는 식으로 선후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보다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자기소개서’가 남의 머리에서 나온다면 입시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문제가 발견되면 징벌적 불이익이 주어져야 자소서·추천서 표절과 대필 등이 근절되고, 역으로 신뢰도가 확보되지 않을까 싶어요.
◆ 80%의 생각 "거짓스펙·자소서 있다"
자소서 표절이 의심되는 사례는 2%였지만 이로 인한 입시 불신은 80%까지 눈덩이 불어나듯 커졌습니다.
최근 진로진학상담교사포럼과 한양대 대입전형R&D센터가 공동 조사한 ‘대입 수시전형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는 이러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전국의 고교 학생 397명, 학부모 302명, 교사 476명 등 모두 1175명이 설문에 참여했습니다. 설문 결과를 보면 “학생부에 ‘거짓 스펙’이 기재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74%, 학부모는 75%로 나타났습니다. “자소서 대필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80%, 학부모 83%나 됐습니다.
입학사정관제(학생부종합전형)의 주된 평가 잣대인 학생부 스펙과 자소서에 조작이나 부정이 있다는 인식이 무려 70~80%대에 달한 것입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입시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이 드러난 숫자”라고 표현했습니다. 물론 이 설문 결과가 곧 ‘80%가 학생부 스펙이나 자소서에 부정을 저지른다’는 팩트(fact)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일부 스펙 조작 사례가 기사화 되면서 부정적 인식 확산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따라서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진 면도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너도 나도 입시 부정이 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누가 정공법을 쓸까요.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자칫 입시 자체가 ‘불신의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 검증 시스템,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고입은 다를까요? 그렇지 않죠. 특목고와 자사고 등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은 평가 요소와 방식이 대입 입학사정관제와 유사합니다. 학생부 스펙, 자소서, 추천서 등이 평가 잣대가 됩니다.
앞서 봤듯 대입의 경우 대교협이 운영하는 유사도 검색 시스템이 있는데요. 고입에도 자소서와 추천서 등의 표절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공통 검증 시스템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답변이 엇갈립니다. 한 특목고 입학 담당 교사는 “한국교육개발원이었던가요? 거기에서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개발한 것 같은데…”라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교육개발원에 문의해 보니 모르는 일이라는군요. 기관명이 헷갈렸을 수 있으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연락해 보라고 합니다. 평가원에 문의했습니다. 역시 모른다고 하네요.
관할청은 알고 있겠죠. 서울시교육청에 전화했습니다. 여기저기 유관 부서에 알아봤지만 역시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수소문 끝에 알아낸 출처는 경기도교육청입니다. 경기교육청이 구축한 유사도 검색 시스템을 전국의 외고·국제고·자사고가 이용한다고 합니다.
의문이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검증 시스템 운영 주체도 잘 모르는데 활용은 제대로 하고 있을까요. 우선 이 시스템도 ‘사전 참고자료’ 성격이 강합니다. 유사도를 판별해 고교에 보고서 형태로 수치를 제공하면 학교가 자체 입학전형위원회 등에서 감점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입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고교 입학 담당 교사가 신청하면 사용 권한을 부여한다. 자소서 기재 금지사항이나 특정 단어, 문구 등을 금칙어로 설정해 유사도를 판별한다”면서 “1차 해당 고교 지원자 간, 2차 입학년도, 3차 과년도 자소서 순으로 수차례 반복 체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검증 시스템은 학교 측에 참고자료만 제공하고, 학교가 자소서 표절 의혹에 대한 감점 여부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대학이나 고교나 동일했습니다. 특히 고입 유사도 검색 시스템은 대교협 시스템과 달리 몇 % 이상은 ‘의심’ 또는 ‘위험’ 수준 식으로 설정돼 있지도 않죠. 입학전형 절차에서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보이는 대목입니다.
검증 시스템에 무게중심을 두는 방향으로 바꿀 것을 제안합니다. 유사도 몇 % 이상을 표절이나 대필로 볼지 확실한 기준을 정하는 게 우선이겠죠. 그런 다음 일정 기준치를 넘는 지원자에 대한 감점·불합격 등의 후속 조치를 명시합니다. 마지막 학교 입학전형 단계에선 예외적 사례만 구제하는 형태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인풋보다 아웃풋' 대일외고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다음 화에선 ‘인풋(input)보다 아웃풋(output)이 좋은 외고’를 자부하는 대일외고를 다룹니다. 대일외고는 학년별로 진화하는 수시 맞춤형 체계적 비교과활동을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또 하나, 대일외고의 ‘목동 이전설’은 사실무근이라고 하네요.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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