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까지 가담한 해군 납품비리
해군 고속단정 납품 과정에서 업체와 군,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 등이 결탁해 조직적인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수전용 고속단정 13척을 해군에 납품하면서 단가를 부풀리거나 불량품을 사용한 납품업체 W사 대표 김모씨(61)와 이를 묵인하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해군,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의 전·현직 간부 등 28명을 적발해 17명을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W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해군 준장 김모씨(56) 등 현역 군인 11명에 대해서는 국방부에 입건 의뢰를 통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W사 대표 김씨 등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UDT 등 해군 특수부대가 주로 사용하는 고속단정 13척을 납품하면서 중고 엔진 등 160여개 불량 부품을 장착해 놓고 새 제품이라고 속여 13억40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올렸다.

해군 준장 김씨 등 전·현직 군인 15명은 퇴역 후 W사에 재취업한 전 해군 예비역 중령 이모씨(54)로부터 현금 등 수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W사의 불량 납품을 눈감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 전모씨(55) 등 5명은 W사로부터 7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고속단정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묵인했다.

이번 사건은 군인들이 현역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퇴역 후 관련 업체에 재취업하는 뿌리 깊은 구조적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군은 납품받은 불량 고속단정을 이용해 훈련하던 중 두 차례나 엔진 화재가 발생했는데도 원인 규명 없이 단순 냉각기 고장 사고로 축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고속단정은 5년 동안 엔진 등 추진기 계통에서 97건의 고장을 일으켰다. 경찰은 해군 내 구조적 납품비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방산업체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해군 고위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당시 엔진고장은 알람장치 고장에 따른 것으로 정상적으로 처리했고 사건을 축소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