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과 역삼동 리츠칼튼호텔, 르네상스호텔은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계열의 호텔이다. 미국 메리어트가 이들 호텔에 총지배인을 파견하고 운영을 맡고 있다. 여의도 콘래드호텔과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도 같은 힐튼 계열이다. 세계적인 호텔 기업은 이처럼 ‘멀티 브랜드’ 전략을 통해 다양한 고객층을 흡수하고 있다.

국내 최대 호텔인 롯데호텔이 글로벌 호텔기업과 같은 멀티 브랜드 전략을 본격화한다. 기존의 특급호텔 브랜드인 롯데호텔과 비즈니스호텔인 롯데시티호텔에 이어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와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를 선보여 국내 호텔로는 가장 많은 4개 브랜드를 운영하게 된다.
롯데호텔, 멀티 브랜드로 '호텔 왕국' 꿈꾼다
○최고급~비즈니스호텔 ‘풀 라인업’ 구축

롯데호텔은 내년 12월 서울 명동에 문을 열 예정인 라이프스타일 호텔에 별도의 브랜드를 붙이기로 하고 새 브랜드명으로 ‘L7 바이 롯데’를 검토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라이프스타일호텔은 특급호텔보다 한 단계 아래 등급으로 객실 요금과 시설 수준이 롯데시티호텔과 비슷하다고 호텔 측은 설명했다. 롯데시티호텔의 평균 객실 요금은 10만원대 후반이다.

롯데호텔, 멀티 브랜드로 '호텔 왕국' 꿈꾼다
기존 호텔과 차이점은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젊은 층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롯데호텔은 L7을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도심의 명소로 만들기 위해 옥상에 서울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루프톱 바’와 야외 수영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쇼핑 중심지인 명동에 있어 중국인 관광객(유커)도 많이 찾을 것으로 롯데호텔은 기대하고 있다.

2016년 서울 잠실에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에는 최고급 럭셔리 호텔을 짓는다. 기존 특급호텔(5성)을 뛰어넘는 6성급 시설과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호텔의 럭셔리 호텔은 롯데월드타워 76~101층에 들어선다. 이어 2017년 부산 해운대에도 최고급 호텔을 세울 계획이다.

롯데호텔의 멀티 브랜드 전략은 힐튼 등 글로벌 호텔 기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힐튼은 최상위 브랜드인 콘래드와 월도프아스토리아를 비롯해 카노피, 큐리오컬렉션, 더블트리 등 11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하얏트는 10개 계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고객층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멀티 브랜드 전략의 장점이다. 시장 여건에 따라 6성급 호텔을 넣을 수도 있고 3성 이하 부티크 호텔을 지을 수도 있다. 한 도시에서 여러 개 호텔을 운영하기도 쉽다. 하얏트는 서울에 파크하얏트와 그랜드하얏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메리어트도 리츠칼튼, 메리어트, 코트야드 등 여러 브랜드를 함께 진출시켰다.

○‘2018년 아시아 톱3’ 도약

롯데호텔은 멀티 브랜드 전략을 바탕으로 2018년까지 국내 20개, 해외 20개 등 체인 호텔 수를 4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샹그릴라와 만다린오리엔탈에 이은 ‘아시아 톱3’ 호텔로 도약하겠다는 게 롯데호텔의 비전이다.

롯데는 현재 국내 10개, 해외 5개 등 15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선 2010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 괌에 호텔을 열었다.

내년엔 롯데시티호텔 울산 등 국내에 3개 호텔을 개장할 예정이다. 2017년엔 롯데그룹이 중국 선양에 건설 중인 대규모 복합단지 ‘롯데월드 선양’에도 호텔을 열 계획이다. 중국 옌타이시와도 지난 8월 호텔 위탁운영에 관한 계약을 맺었다.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 진출도 추진 중이다.

롯데호텔이 롯데그룹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호텔의 최고급 서비스를 경험한 현지 기업인과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롯데 그룹 자체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져 계열사 매출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