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예술인 손길 필요한 농업 6차산업화
농촌 현장을 다니다보면 농촌지역 활성화사업과 마을개발사업들이 끊임없이 추진되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농업의 6차산업화’이다.

강원 영월에서는 이 지역의 작고 못생긴 감자를 이용해 팩·샴푸·비누 등 기능성 화장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횡성에서는 번데기 대신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현미로 동충하초를 만들어 제약회사에 납품하고 일본 주조회사에 수출도 한다. 제주에서는 한국형 커피를 정착시키겠다는 농장이 늘어나면서 커피나무를 이용한 다양한 체험과 교육프로그램 운영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처럼 농업의 6차산업화는 농촌의 유무형 자원을 이용해 가공, 유통, 관광, 레저 등 2·3차 산업과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상품과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촌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6차산업화의 1단계라 할 수 있는 농산물 생산, 가공, 농촌체험관광 분야는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지역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과 먹을거리, 볼거리로 도농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농촌마을이 전국 곳곳에 있고, 농산물 수확체험과 농촌관광을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으로 연계해 소득을 올리는 마을도 있다.

이제는 이런 마을과 농업경영체들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줘야 한다. 또 기준 미달의 농가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선진 농업에 대한 정보제공과 교육, 지도로 그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일깨워 소득증대로 이어지도록 중·장기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산업 간 융·복합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기업과 문화예술인들이 6차산업화에 참여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의 기술력과 자본, 경영능력, 마케팅, 연구개발(R&D), 네트워크가 농업과 접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문화예술인들도 6차산업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 농촌의 다양한 향토자원들이 이들의 다양한 끼와 재능을 통해 재탄생할 수 있도록 농촌을 문화예술인들의 활동무대로 꾸며가는 창조적 아이디어와 시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농산물에도 문화와 예술을 가미하고, 마을마다 스토리를 담아서 농업농촌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 접목으로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인 예가 일본에는 많다. 니가타현의 미나미우오노마(南魚沼)에서는 스키장 리프트에 벼를 말려 ‘하늘에서 말린 쌀’로 시판, 관광객을 끌어들이면서 보통 쌀농사의 3배 이상 소득을 올리고 있다.

미래산업의 성패는 융·복합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이제 지식의 융합, 기술·산업 간, 문화와 도시 등 합칠 수 있는 것은 다 합쳐야 한다. 지금은 시작 단계이지만 가상과 현실공간의 융합이 관심을 끌고 있다. 생산에서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정보통신기술(ICT)·에너지기술과 융합시켜 미래농업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사업, 스마트폰으로 원격제어하는 재배관리, 지능형 영상보안, 스마트 로컬푸드, 농업인을 위한 스마트 스쿨 등 구체적인 실행안이 마련되고 있다.

지금도 스마트폰으로 빛·습도·온도 등을 조절하는 기능이 보편화돼 있다. 머지않아 스마트폰으로 농사를 짓는 시대가 올 것이다. 가상과 현실공간의 융합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생명과학의 복합체인 농업에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미래형 산업으로 키우는 것이 농업 6차산업화의 핵심이다. 단언컨대 농업의 6차산업화는 미래 농업으로 가는 길목이다. 농업 6차산업화에 성공하는 날 한국은 농업인뿐만 아니라 도시민의 행복지수도 함께 높은 선진 복지국가로 거듭날 것이다.

김성훈 < NH개발 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