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돌파구 연비서 찾는다"…현대차, 25% 개선 프로젝트 시동
현대·기아자동차가 2020년까지 자동차 평균 연비를 25%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차세대 엔진을 개발하고 차량 무게를 줄이는 한편 소형차부터 대형차에 이르는 전체 차급에서 친환경차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 경쟁력을 확보하라”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의 특명에 따른 것이다.

◆70%를 차세대 엔진으로 대체

현대·기아차는 전체 차량의 평균 연비를 2020년까지 현재보다 25% 높이는 내용 등을 포함한 ‘2020 연비 향상 로드맵’을 확정했다고 6일 발표했다. 먼저 차세대 엔진과 변속기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현재 가솔린(6개)과 디젤(4개)을 포함해 전체 10개 엔진 중 70%를 차세대 엔진으로 대체할 방침이다. 가솔린 엔진 부문에선 연비를 올리고 성능도 보강하는 터보엔진 수를 늘리고 중형 세단용 엔진(누우)과 소형차 엔진(카파)을 개선하기로 했다.

디젤 엔진에서는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1차적으로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 등에 들어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R엔진을 대체할 신형 디젤 엔진을 개발하기로 했다. 엔진과 별도로 변속기의 효율도 개선하고 최고 8단인 후륜 변속기도 10단 이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위기 돌파구 연비서 찾는다"…현대차, 25% 개선 프로젝트 시동
현대차는 이 같은 파워트레인 경쟁력 강화로만 20% 안팎의 연비 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가솔린 엔진은 11~13%, 디젤 엔진은 16~18%, 변속기는 2~9%의 연비 개선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머지 5% 이상의 연비 향상은 경량화와 친환경차 개발로 충족하기로 했다. 일반 강판보다 튼튼하면서도 무게 증가는 최소화할 수 있는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올해 33~52%에서 2018년까지 48~62%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고강도 알루미늄 휠 같은 가벼운 소재 비율을 끌어올려 주요 차종의 무게를 평균 5% 이상 낮추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전체 차급의 친환경차 라인업도 구축한다. 우선 내년에 준중형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과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어 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모델도 잇따라 선보인다.

◆연비 규제에 선제 대응

현대·기아차가 연비 경쟁력 확보에 대대적으로 나선 것은 한국과 미국, 유럽 등의 연비 규제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 9월 한국 정부는 2020년까지 연비를 L당 24.3㎞로 개선하거나 L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7g으로 줄이도록 했다. 미국도 L당 15.4㎞인 연비 하한선을 2020년까지 18.8㎞로 강화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이런 변화를 감안해 지난 6월 “202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 경쟁력을 확보하라”고 지시한 뒤 지난달엔 “국가별로 다른 규정을 고려해 신차를 개발하라”고 주문했다.

현대·기아차는 ‘2020 연비 향상 로드맵’을 달성하면 주요 국가의 연비 규제를 여유 있게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에서 내놓은 2013년형 모델의 평균 연비는 각각 L당 12.3㎞, 11.6㎞로 업계 평균인 11.1㎞를 넘어섰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로드맵을 통해 연비 과장 논란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연비 좋은 차’로 인식될 수 있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최근까지는 차량 안전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작년 11월 선보인 신형 제네시스와 올 들어 내놓은 LF쏘나타, 신형 쏘렌토 및 카니발 모두 중량이 늘어나면서 연비는 이전 모델보다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연비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연비가 현대·기아차의 확실한 강점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하자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정인설/최진석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