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영 디자이너(사진 진연수 기자)
정두영 디자이너(사진 진연수 기자)
[ 오정민 기자 ] 패션왕이 영화 '패션왕'에 나타났다. 신원의 남성복 '반하트 디 알바자(반하트)'와 '지이크 파렌하이트(파렌하이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인 정두영 디자이너(사진)가 주인공이다.

SBS 패션예능프로그램 '패션왕 코리아(패코)' 시즌 1의 최종 우승자인 정 디자이너는 6일 개봉한 영화 패션왕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는 정 디자이너를 서울 도화동 반하트 쇼룸에서 만났다.

정 디자이너는 "패코에 함께 출연한 이주영 디자이너가 영화 패션왕의 의상감독을 맡은 게 인연이 됐다" 며 "처음에는 의상만 제공할 예정이었는데 나아가 극중 패션 경연의 심사위원 역할로 특별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디자이너와 신원이 영화에 푼 반하트와 파렌하이트 의상은 총 300여 벌에 달한다. 영화 주연을 맡은 배우 주원과 안재현의 의상의 경우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영화 데뷔 소감은 어떨까. 그는 "촬영을 위해 최장 10시간까지 기다려야 할 정도로 오랜 기다림이 이어졌지만 안면이 있던 김나영 씨 등 패코 식구들과 함께해 즐겁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정 디자이너는 최근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디자이너 중 한명이다. 패코, 탑디자이너, 패션왕톡 등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정 디자이너는 "CD는 브랜드의 얼굴, 심벌이라고 본다" 며 "상품도 중요하지만 브랜드의 이미지를 위해 대중과 더 많은 교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패션왕'에 나온 반하트 디 알바자의 컬렉션 의상.
영화 '패션왕'에 나온 반하트 디 알바자의 컬렉션 의상.


정 디자이너는 올해 반하트로 연달아 서울패션위크의 첫 무대를 장식했다. 남성복 브랜드지만 2009년부터 꾸준히 여성 모델 혹은 연예인을 런웨이에 기용하면서 화제를 낳았다. 올 봄/여름 컬렉션의 뮤즈는 장윤주, 가을/겨울 컬렉션은 클라라가 맡아 주목을 받았다.

그는 "남성복 브랜드는 남자 모델만 기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어 영감을 받은 뮤즈를 영입했다" 며 "여성복 브랜드 운영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고 있는데 의사는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 단계는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반하트는 K-패션을 위한 글로벌 브랜드로 기획됐다. 국내 브랜드 중 처음으로 한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인도 등에 상표권을 출원한 것. 현재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 유명 편집숍을 통해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현지 프랜차이즈 전개도 검토하는 등 K-패션의 첨병 역할을 도맡고 있다.

정두영 디자이너(사진 진연수 기자)
정두영 디자이너(사진 진연수 기자)
정 디자이너는 "아시아인의 체형에 맞는 핏(fit)과 색이 선명하고 강렬한 점이 중국 고객에게 어필했다고 본다" 며 "소공동 롯데본점 매장의 경우 중국어가 가능한 판매사원을 배치할 정도로 중국 고객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정 디자이너가 CD를 맡은 반하트와 파렌하이트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40%, 30%씩 증가하고 있다.

영화 패션왕에서 주인공 우기명(주원 분)은 같은 반 여학생에게 잘 보이기 위해 패션에 눈 뜨게 됐다. 정 디자이너가 패션업계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옷을 좋아하던 섬유공학 전공 대학생이 미국 유학을 가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패션시장을 접하고 그 세계에 빠져들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에스모드 서울에서 디자인을 배우고 신원에서 일을 시작했다.

정 디자이너는 대학시절 배운 직물에 대한 지식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반하트의 옷은 격식을 갖춘 세련된 디자인을 뽑아냈지만 신축성이 있는 소재를 활용해 편안함을 추구한다. 덕다운 패딩코트의 경우 보기엔 평범한 울 소재이지만 방수처리가 돼 있다. 저지 재킷은 신축성이 좋아 오랜시간 입고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정 디자이너는 "전 제품을 신축성 있는 직물로 제작했다" 며 "편안함뿐 아니라 테일러링 담당 직원들이 모두 이탈리아 '브리오니'에 연수를 받고 와 한국에서는 최고의 핏을 갖춘 남성복 브랜드임을 자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반하트는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국가품질경영대회 명품 창출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패션 브랜드가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은 반하트가 처음이다. 정 디자이너는 신원의 남성복 디자이너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이사 자리에까지 올랐다.

검정 도트무늬가 있는 흰 셔츠에 검정 베스트를 겹쳐 입은 그는 단정하면서도 멋스러웠다. 패션에 무지했던 주인공(주원 분)이 패션 경연에 참가하는 '패션왕'과 같이 멋쟁이로 다시 태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편하게 입으려고 옷을 크게 입는 사람들이 있는데 멋지게 입으려면 자기 몸에 딱 맞게 입어야 한다" 며 "우선 바지통과 기장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옷을 잘 입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남자가 멋을 내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디자이너는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에 경쟁력을 키우고 싶다면 스타일을 갖춰야 한다" 며 "옷을 대충 입는 사람 치고 일 잘 하는 사람이 없더라"고 강조했다.

글=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 사진=한경닷컴 진연수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