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관광단지 전경. 경북관광공사제공
경주 보문관광단지 전경. 경북관광공사제공
“물안개 피어 오르는 보문호수를 보며 황톳길을 걷는 기분은 그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려워요.”

지난달 8일 경북관광공사가 야간 관광상품으로 내놓은 ‘보문호반 달빛 걷기’ 행사에 참가한 관광객 이해봉 씨(48)의 얘기다.

이씨는 “호수를 걷다 보면 가족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매달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고 했다. 경주 보문관광단지가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정체된 관광단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면서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는 경상북도가 노후화된 보문관광단지에 새로운 관광 콘텐츠 개발과 함께 시설 확충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관광 경주로 부활 시동

경주 보문단지 '한국관광 1번지'로
경북관광공사는 2010년부터 보문탐방길(길이 8㎞)을 조성 중이다. 보문단지 입구에는 74억원을 들여 지난달 경관다리인 물너울교를 완공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설치해 독특한 야경 분위기도 연출한다. 공사는 올 3월부터 매월 음력 보름에 보문탐방길에서 ‘달빛 걷기’ 행사를 열고 있다. 올 연말까지 1만5000여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공사 측은 전망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1500여명 이상 참가했다. 7일에도 ‘보름愛는 보문愛’를 주제로 행사가 열린다. 이날 오후 6시부터 호반광장을 출발해 수상공연장, 물너울교 등을 돌아오는 코스(5㎞)를 걷는다. 호반광장에서는 퀴즈 대회와 사랑의 소원쪽지 달기, 남녀 커플의 프러포즈 등이 열린다.

1979년 문을 연 보문관광단지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경기침체와 맞물려 불황의 늪에 빠졌다. 호텔 등 숙박시설과 상가들은 여름 휴가철을 제외하고는 투숙객 및 이용객이 없어 일부 상가건물의 경우 수년간 공실로 방치됐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명소가 여기저기 생겨나면서 방문객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개장한 경주동궁원은 식물원과 버드파크 농업체험시설을 갖춰 지난달까지 50만여명이 찾았다. 화백컨벤션센터도 올 연말 문을 연다. 3420석 규모의 컨벤션센터에는 대회의실과 전시장, 면세점 등을 갖춘다. 이희도 경북관광공사 마케팅사업본부장은 “보문관광단지의 매력을 지속적으로 마케팅해 ‘한국 관광의 별’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 효자 노릇

경주를 찾는 관광객은 지난해 연간 1000만명을 넘어섰다. 보문관광단지는 경주지역 관광객의 70%가량을 차지한다. 이처럼 관광객이 늘면서 주변 상가와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곽모씨는 “야간에도 관광객이 늘면서 매출이 20~30% 올라 최근 리뉴얼을 마쳤다”고 소개했다. 도넛이나 커피 프랜차이즈점, 액세서리점 등 그동안 옛 도심에 없던 업종도 생겨나고 있다. 관광·휴양시설도 새롭게 들어설 예정이다. 농협중앙회는 240실 규모의 연수원과 부대시설 건립을 계획 중이다. 대형 아울렛 매장을 비롯해 테마파크, 복합영화상영관도 내년 말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김태식 경북관광공사 사장 직무대행은 “보문관광단지가 새로운 경쟁력을 하나씩 갖추면서 가치를 높이고 있다”며 “다양한 체험과 머무르는 관광 콘텐츠 개발을 통해 ‘한국 관광 1번지’의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경주=김덕용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