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98) 단통법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 같다. 단통법의 의미를 시장 경쟁 차원에서 살펴보자.

단통법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등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단말기를 판매할 때 소비자에게 주는 보조금을 규제하는 법이다. 주요 내용은 보조금에 상한을 두고, 회사별로 소비자에게 같은 보조금을 주면서 보조금액은 공시한다는 것이다. 법 시행 이전에 같은 날 단말기를 사더라도 사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가격 차이가 컸던 것을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단말기 보조금은 이동통신사의 경쟁 영역 중 하나다. 이동통신사의 영업은 크게 이동통신 서비스 공급과 단말기 유통으로 나눌 수 있는데, 단말기 보조금은 단말기 유통에서 이동통신사들이 경쟁을 벌이는 수단인 것이다. 그런데 단말기 보조금은 단말기 유통 부문의 이익뿐만 아니라 그렇게 팔려나간 단말기로 소비자들이 해당 이동통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까지 고려해 결정된다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이동통신사가 이동통신 서비스 부문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통신이용료 수입을 늘리고 싶다면 심지어 제조회사로부터 단말기를 사온 가격보다도 낮은 가격에 단말기를 팔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단말기 보조금은 최근 몇 년 동안 이동통신사들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수단이었는데, 단통법으로 보조금 상한이 정해져 이동통신사의 경쟁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단말기 보조금 외에 다른 경쟁 수단은 없을까? 이동통신 서비스의 질과 가격(통신이용료)으로 경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 서비스의 질이란 주로 기술적인 요인으로 결정되고, 점진적으로 개선되기보다는 계단식으로 향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시각각의 경쟁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 통신이용료는 다른 이유에서 단기적인 경쟁 수단으로 쓰기 어렵다. 소비자가 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면 비교적 장기적으로 이용료를 내게 되는데, 가입시점이 하루 이틀 다르다고 계속 내야 할 통신이용료가 다르다면 가입 결정을 내리기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이를 감안해서 이동통신사들도 단기적인 통신이용료 경쟁은 피하는 것이다. 단말기에 비해 이동통신사별 가격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는 점도 작용한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단말기 보조금은 이동통신사들의 치열한 경쟁 수단이었다. 그런데 단통법이 이 경쟁을 제한하게 된 것이다. 단말기 보조금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이동통신사 간 경쟁을 줄이는 방향으로 규제가 시행된 것은 유감이다. 시장 공급자들의 경쟁이 줄어들면 대부분의 경우 소비자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개선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