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4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것은 유권자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을 냉혹하게 평가한 결과다.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임기를 2년 남겨 둔 오바마 대통령은 급격한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지고, 2016년 차기 대권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레임덕'에 몰린 오바마…공화당과 稅制·이민법 개혁 타협하나
○공화당 의회권력 독차지

공화당은 하원 다수당 자리를 유지하면서 상원까지 장악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콜로라도 아이오와 웨스트버지니아 아칸소 몬태나 사우스다코타주의 민주당 상원의석을 빼앗았다. 기존엔 45석이었으나 5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현재 최소 52석을 확보해 전체 100석 중 절반을 넘었다. 의회권력이 완전히 공화당으로 넘어가고 2006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한 이래 8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탄생했다.

'레임덕'에 몰린 오바마…공화당과 稅制·이민법 개혁 타협하나
‘다수당 독식’ 원칙에 따라 공화당은 하원에 이어 상원 상임위원장도 모두 차지한다. 미 의회 의사결정이 철저히 다수결 원칙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화당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온실가스규제 행정명령 등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법률로 무효화할 수도 있다. 하원 435명 전원을 뽑는 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의석 수를 현재 233석에서 최소 242석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 이후 64년 만에 공화당의 최다 하원 의석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공화당은 주지사 선거에서도 압승했다.

○워싱턴 정치실종에 오바마 책임 물어

전문가들은 공화당의 승리에 대해 “공화당 선호가 높아서가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과 그에 따른 반사이익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출구 여론조사 결과 투표자의 60%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불만스럽다’ 또는 ‘화가 난다’고 응답했지만, 마찬가지로 60%가 공화당 지도자들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미국인들이 오바마 대통령 재선 이후 2년 동안 법률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는 정치권의 교착상태에 염증이 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 회복과 직결되는 이민법개혁, 세제개혁,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이 수년째 의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약한 경제 회복, 그리고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및 에볼라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국정운영 기조 바꾸나

오바마 대통령은 기로에 서게 됐다. 의회와 담을 쌓고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기존 국정운영 스타일을 고수할지, 아니면 세제개혁·자유무역협정(FTA) 등 공통 관심사안에 대해 공화당과 손을 잡고 타협의 정치를 할지 선택해야 한다. 상원 다수당 대표가 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당선 연설에서 “우리는 서로 동의하는 이슈를 함께 풀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양당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해서 영구적으로 충돌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오바마와 민주당 측에 타협의 정치를 촉구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양당 지도부를 백악관에 초청해 회동 할 예정이다.

워싱턴 정가는 오바마 대통령이 남은 재임기간 ‘업적(legacy)’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공화당과 대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 첫 시험대가 이민개혁법과 법인세 개혁이 될 것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