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58억원 '총알馬 레이스'…7억 경마팬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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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축 뒤흔든 세계 최대 경마축제 멜버른컵
154년 전통…호주 성인 80%가 마권 구입
명사들의 패션 경연장 … 관광객도 65만명
154년 전통…호주 성인 80%가 마권 구입
명사들의 패션 경연장 … 관광객도 65만명

◆3분17초 만에 3200m 주파

명마들은 마지막까지 승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접전을 펼쳤다. 우승은 3분17초의 기록을 세운 ‘프로텍셔니스트’에게 돌아갔다. 프로텍셔니스트는 멜버른컵 사상 처음으로 우승한 독일 말이 됐다. 우승 후보였던 일본의 어드마이어 락티가 경기 도중 넘어져 죽자 ‘락티’를 연호하던 일본 관중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54년 역사, 호주 전역이 들썩
이날 호주 전역은 멜버른컵 열기로 달아올랐다. 154년 전통의 멜버른컵이 열리는 11월 첫째 화요일은 멜버른이 속한 빅토리아주의 공휴일이다. 1861년 첫 대회를 치른 멜버른컵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을 포함해 한 해도 거른 적이 없다.
이날 호주의 직장인들은 친한 동료와 친구끼리 우승마를 맞추는 내기를 하느라 하루 종일 들뜬 분위기였다. 호주 성인의 약 80%가 마권을 구입하고 짜릿한 순간을 즐겼다. 멜버른컵은 호주뿐 아니라 세계 30여국에 생중계돼 7억명의 경마팬이 경주를 지켜봤다.
여자친구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마커스 콜(32)은 “멜버른컵을 위해 석 달 동안 돈을 모았다”며 “직장 동료들과 우승마 맞추기 내기를 해 흥분된다”고 말했다.
◆멜버른컵은 패션 경연장
멜버른컵은 아무런 연관이 없을 것 같은 패션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멜버른컵이 열리는 날은 호주의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 방송인, 경제인 등 호주 전역에서 몰려든 명사들이 한껏 멋진 옷을 차려입고 잔치 분위기를 돋운다.
멜버른컵 이틀 뒤인 6일 열리는 ‘오크스 데이’는 여성들의 날이다. 오크스 데이에 플레밍턴경마장에선 패션쇼를 열고 최고의 패션감각을 뽐낸 주인공을 뽑는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는 물론 패션업체들도 이날을 주목한다.
◆경마를 국민오락·세계 축제로
멜버른컵은 호주 최대 축제인 동시에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멜버른 시내의 호텔을 비롯한 숙박시설은 며칠 전부터 동나고 음식점도 손님으로 가득찬다. 멜버른컵을 포함한 약 한 달간 ‘멜버른 스프링카니발’에 참여하는 관광객은 65만명에 이른다.
멜버른컵이 이처럼 세계 최대 경마축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도박의 순기능에 주목한 호주 정부의 힘이 크다는 분석이다. 멜버른컵 중계를 2년간 맡았던 스콧 매슈(45)는 “정부가 합법적인 도박이 국민의 오락거리로 기능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발생한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멜버른=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