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경쟁률만 15대 1…교육·일자리 제공해
가난 대물림 탈출에 도움…영국·일본서도 벤치마킹
훈련원생 30%가 여학생…양성평등 문화도 확산
◆한국이 지어준 최초의 직업학교
올 2월 문을 연 이곳은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건립된 모로코 최초의 직업학교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한국의 산업인력 양성제도를 도입하고 싶다는 모로코 정부의 요청에 따라 600만달러(약 63억여원)를 들여 학교를 짓고 기자재를 제공했다. 현지 기업들이 학비를 지원하고 인재를 우선 채용하는 산학협력체계를 구축해 등록금과 수업료도 전액 면제했다. 이를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하고 산업 수요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국내 교수와 전문가들이 모로코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재를 개발했다. 4년의 준비 끝에 훈련원은 작년 9월 공립학교로 승인 받고 올해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압델학 무니르 IFMIAC 훈련원장은 “한국의 선진 제도와 교수법 덕분에 훈련원이 초반부터 기틀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훈련원은 공식 개원 전인데도 모로코 전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첫 입학생을 모집한 결과 180명 정원에 2750명이 지원해 1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교육비 부담이 없고 졸업 후 바로 취직할 수 있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모로코 정부는 앞으로 훈련원 두 곳을 추가로 짓고 내년까지 7만5000명의 산업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건강한 아프리카 만드는 한국형 ODA
주목할 것은 이 훈련원이 아프리카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1차적으로는 저소득층에 교육 기회를 제공해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훈련원 학생들은 대부분 월 평균소득 2500디람(약 30만원) 이하 저소득 가정의 청소년이다. 훈련원이 이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해 가난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도록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촉진하고 양성평등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훈련원 학생의 30%가량이 여학생이다. 성차별이 존재하는 아랍권 국가에서 여성이 기계공학을 배우는 일은 드물다.
이 같은 변화에 이웃 나라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근 국가에서 훈련원 견학을 신청했고 영국 의회와 일본 관공서도 다녀갔다. 정회진 KOICA 모로코 소장은 “최근 아프리카에 한국의 기술, 경험, 시스템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가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며 “특히 중동, 북아프리카에서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한국의 성공 노하우를 배우려는 나라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KOICA는 최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기술협력을 통해 아프리카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모로코의 정부 기관 해킹 사건 이후 각종 인터넷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사이버보안센터를 구축했고 튀니지, 에티오피아 등에 전자정부 시스템도 지원했다.
이태호 주모로코 대사는 “한국의 강점을 살려 아프리카가 건강한 거버넌스(운영체계)를 구축하도록 돕는 ODA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사블랑카=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