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A건설사는 2002년 한 공공기관이 발주한 복선전철 노반신설 공사의 일부를 수주했다. 공사 중 발주기관의 예산부족으로 공사기간이 당초보다 5년 이상 연장됐지만 발주기관은 이에 따른 간접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A사는 법원에 간접비 청구 소송을 냈고 조만간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를 수주한 기업이 발주 기관을 상대로 ‘미지급 간접비 청구 소송’을 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발주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간접비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던 관행에 기업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간접비는 개별 공사에 대해 딱 떨어지게 금액을 파악할 수 없는 것을 말하며, 노무비가 대표적이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소송을 내는 사례가 거의 없었지만 최근에는 대형 로펌에서 대리 중인 것만 수십건에 이른다.

법무법인 율촌은 건설업체가 발주 공공기관을 상대로 낸 간접비 청구 소송을 모두 19건 대리하고 있다. 청구 금액은 모두 1258억원에 이른다. 광장과 태평양도 각각 10여건의 간접비 청구 소송을 대리하고 있고 건별 청구 금액이 적게는 3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대에 이른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포함한 다른 대형 로펌도 적게는 4건에서 많게는 10여건씩 비슷한 소송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발주기관 잘못이나 날씨 등 불가피한 이유로 공사기간이 연장될 경우 늘어나는 간접비는 기업이 부담해왔다. 하지만 2012년 제기된 지하철 7호선 간접비 청구 소송 이후 비슷한 소송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현대건설 등 시공사들은 “미지급된 간접비 144억원을 지급하라”며 서울시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지난해 1심에서 승소했다. 이 사건의 2심 판결은 5일이다.

박주봉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과거에는 으레 기업이 부담했던 간접비를 더 이상 부담하지 않겠다며 소송을 내고 있는 것”이라며 “건설경기 불황으로 기업 자금 사정이 팍팍해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