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백화점 행사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흠이 난 상품을 한데 모아 저렴한 가격에 파는 ‘스크래치 상품전’이 인기다.

4일 부산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10월간 10차례 진행했던 구두• 핸드백• 선글라스 등의 ‘스크래치’ 상품 행사가 준비한 물량을 90% 이상 소진할 정도로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행사는 다른 상품에도 확대되고 있다. 선물이나 소장용 수요가 많은 중고가 와인의 경우, 병이나 마개에 조그만 흠집이 생겨도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를 오히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면 실수요자에게는 고급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침대나 소파 같은 ‘가구’에서는 매장 진열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이미 주요 판매전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이제는 생활에 밀접한 주방•식기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서 나타난 ‘실속 소비’ 패턴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성향이 강해지고 있어, 5년 전 2~3회에 불과하던 ‘스크래치’ 상품 행사가 올해에만 10차례 이상 열릴 정도로 백화점에서도 관심행사가 됐다.

업계도 ‘스크래치’ 상품과 관련된 관심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방문객을 대상으로 정상 상품에 대한 판매까지 유도할 수 있어 전체 매출을 키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전략이 된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앤클라인 매장 정수정 매니저는 “20대 고객 중심으로 시작된 ‘스크래치’ 상품의 인기가 이제는 연령대 구분없이 관심을 가질 만큼 반응이 좋다”며, “어차피 몇 번 사용하다 보면, ‘사소한 흠집 정도는 생기기 마련이니까’라는 생각에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스크래치 상품에 많은 고객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핸드백•여성의류 스크래치•샘플 상품전’을 오는 9일까지 지하 1층 행사장에서 진행한다. 이 행사에는 핸드백으로는 시슬리, 앤클라인이 참여해 스크래치 상품을 최대 6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여성의류인 리안뉴욕, 라인, 케네스 레이디도 참여해 스커트, 블라우스 등 샘플상품을 2만원 균일가에 판매한다.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의 전호경 선임상품기획자는 “이제 실속소비는 언제나 고려해야 할 기본 포인트”라며, “스크래치백의 인기는 로고리스백(로고가 없는 백)과 에코백 (간단한 소재의 백)을 잇는 또 하나의 실속소비 패턴 중 하나로 다음에는 어떠한 유행이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