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혼전계약서 작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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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시 재산분할은 어느 정도로 약정할 수 있을까’.
‘종교적인 문제도 결혼 전에 합의할 수 있을까’.
혼전계약서 작성을 앞두고 하게 되는 고민들이다. 실제로 법원에 등기된 혼전계약 내용들을 가상으로 재구성하고, 전문가에게 법률적 검토를 의뢰했다.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자산가 이 모(남·64) 씨는 천 모(여·57) 씨와 재혼을 앞두고 상속 문제로 결혼을 반대하는 자녀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씨는 자녀들을 설득하기 위해 고심 끝에 1)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담은 혼전계약서를 천 씨에게 내밀었다. 그 대신, 이 씨는 천 씨에게 2) 결혼 생활이 10년째 접어드는 해에 5억 원 상당의 가평 전원주택을 증여하는 내용을 계약에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천 씨는 계약서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3) 결혼 후 살 집은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는 강남구여야 하며, 무교인 이 씨가 천 씨가 다니는 교회에 나가 세례를 받고 매주 함께 교회에 나가 예배를 보아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4) 혼인 중 발생하는 채무에 대해서는 자신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5) 도박이나 주식에 빠져 가정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을 때, 이유 없이 3일 이상 외박할 땐 이혼 시 자산에 대한 지분권을 상실한다는 약정도 요구했다. 이러한 내용의 혼전계약 체결은 가능할까.
1.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정
판례상 재산분할청구권을 사전에 전면적으로 포기하는 약정은 그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으므로, 이혼 시에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하더라도 법원이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재산분할청구권을 전면적으로 포기하는 약정이 아니라, 부부재산약정을 체결할 때 당사자들이 혼인 전에 각자 보유하고 있었던 특유 재산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그 재산에 대한 관리권도 각자에게 있는 것으로 명시하면서 이혼 시 양자의 재산분할 비율을 합리적인 선에서 약정한다면 법원도 이러한 약정의 존재 및 내용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부재산약정은 어떠한 내용도 자유롭게 담을 수 있지만, 부부 평등의 원칙 및 민법상 기본 원리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2. 결혼 10년째 5억 원의 전원주택을 증여한다는 약정
해외의 혼전계약 사례에서 많이 발견되는 사례다. 지난 2006년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 사이에 체결된 혼전계약에서도 결혼 후 매년 톰 크루즈가 케이티 홈즈에게 3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이혼 시 캘리포니아의 저택을 증여한다는 내용을 담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는 부부재산약정으로 논의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일반 민사약정상 조건부 서면 증여계약으로서의 효력은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법은 증여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민법 제555조), 이 사안과 같이 서면으로 체결된 경우에는 당사자의 임의적인 해제가 불가능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약정에 따라 증여가 이루어진 후 이 씨가 사망하게 되면, 이 씨의 자식들이 경우에 따라 천 씨에 대해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
3. 거주지 명시와 종교 강요에 관한 약정
거주지나 자녀 양육 방법, 종교에 관한 약정은 민법에서 규정하는 부부재산약정에 포함되는 내용은 아니며, 약정의 내용에 따라 일반 민사약정으로서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처럼 재산 이외의 사항에 대한 약정을 원하는 경우, 약정이 가지는 한계 내에서 최대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말해, 주거지를 강남구로 제한하는 합의나 이 씨가 결혼 후 세례를 받고 예배를 함께 다니기로 하는 약정은 당사자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합의할 수는 있지만, 위반 시 강제이행 문제는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 등과 부딪힐 수 있다는 얘기다. 의무 위반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일정 금액의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거나 위반이 반복돼 당사자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을 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음을 규정하면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4. 혼인 중 발생하는 채무에 대한 약정
채무에 관한 규정 역시 혼인 생활 중 부부의 재산에 관한 약정으로, 부부재산약정의 내용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미성년자도 아닌 성인인 남편이 ‘어떠한 형태의 채무를 지는 경우에도 처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부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합리적인 금액을 넘는 채무, 예를 들어 5000만 원을 부담하는 경우 처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부부재산약정으로 등기해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조항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 법원에 등기된 혼전계약서(왼쪽)와 영문 혼전계약서 샘플.
5. 도박·주식투자·외박 등 가정 파탄에 대한 책임 약정
먼저 ‘이혼 시 자산에 대한 지분권을 상실한다’라는 의미가 법률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이는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약정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재산분할청구권을 사전에 특정한 조건하에 포기하는 내용의 약정을 하는 셈이 돼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도박, 주식투자 등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고 가정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을 때’라든지 ‘이유 없이 3일 이상 외박할 때’ 등의 조항 역시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해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어려운 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정한 이혼 사유를 합리적인 근거와 함께 계약에 규정하면 법원에 의해 참작 사유로 고려될 수 있다. 지금까지 등기된 부부재산약정을 보면 법률적 검토를 받지 않고 당사자들만의 합의로 작성된 계약서들이 많은데, 이 경우 실제 해석 및 적용에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부부재산약정을 포함한 혼전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실효성을 높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혼전계약서 어떻게 쓸까
무슨 내용?
부부 재산 및 자녀 양육, 증여, 상속에 관한 내용으로 특별한 제한 없음.
체결 시기?
혼인 성립 전
체결 방식?
반드시 공증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공증을 받아두면 증거 자료로 법적 효력이 강해진다. 당사자가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신분증을 지참하고 변호사 사무실이나 공증사무실을 방문하면 된다.
글 조정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정리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
‘종교적인 문제도 결혼 전에 합의할 수 있을까’.
혼전계약서 작성을 앞두고 하게 되는 고민들이다. 실제로 법원에 등기된 혼전계약 내용들을 가상으로 재구성하고, 전문가에게 법률적 검토를 의뢰했다.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자산가 이 모(남·64) 씨는 천 모(여·57) 씨와 재혼을 앞두고 상속 문제로 결혼을 반대하는 자녀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씨는 자녀들을 설득하기 위해 고심 끝에 1)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담은 혼전계약서를 천 씨에게 내밀었다. 그 대신, 이 씨는 천 씨에게 2) 결혼 생활이 10년째 접어드는 해에 5억 원 상당의 가평 전원주택을 증여하는 내용을 계약에 포함시키겠다고 했다. 천 씨는 계약서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3) 결혼 후 살 집은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는 강남구여야 하며, 무교인 이 씨가 천 씨가 다니는 교회에 나가 세례를 받고 매주 함께 교회에 나가 예배를 보아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4) 혼인 중 발생하는 채무에 대해서는 자신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5) 도박이나 주식에 빠져 가정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을 때, 이유 없이 3일 이상 외박할 땐 이혼 시 자산에 대한 지분권을 상실한다는 약정도 요구했다. 이러한 내용의 혼전계약 체결은 가능할까.
1.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정
판례상 재산분할청구권을 사전에 전면적으로 포기하는 약정은 그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으므로, 이혼 시에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하더라도 법원이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재산분할청구권을 전면적으로 포기하는 약정이 아니라, 부부재산약정을 체결할 때 당사자들이 혼인 전에 각자 보유하고 있었던 특유 재산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그 재산에 대한 관리권도 각자에게 있는 것으로 명시하면서 이혼 시 양자의 재산분할 비율을 합리적인 선에서 약정한다면 법원도 이러한 약정의 존재 및 내용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부재산약정은 어떠한 내용도 자유롭게 담을 수 있지만, 부부 평등의 원칙 및 민법상 기본 원리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2. 결혼 10년째 5억 원의 전원주택을 증여한다는 약정
해외의 혼전계약 사례에서 많이 발견되는 사례다. 지난 2006년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 사이에 체결된 혼전계약에서도 결혼 후 매년 톰 크루즈가 케이티 홈즈에게 3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이혼 시 캘리포니아의 저택을 증여한다는 내용을 담아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는 부부재산약정으로 논의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일반 민사약정상 조건부 서면 증여계약으로서의 효력은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법은 증여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민법 제555조), 이 사안과 같이 서면으로 체결된 경우에는 당사자의 임의적인 해제가 불가능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약정에 따라 증여가 이루어진 후 이 씨가 사망하게 되면, 이 씨의 자식들이 경우에 따라 천 씨에 대해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
3. 거주지 명시와 종교 강요에 관한 약정
거주지나 자녀 양육 방법, 종교에 관한 약정은 민법에서 규정하는 부부재산약정에 포함되는 내용은 아니며, 약정의 내용에 따라 일반 민사약정으로서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처럼 재산 이외의 사항에 대한 약정을 원하는 경우, 약정이 가지는 한계 내에서 최대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말해, 주거지를 강남구로 제한하는 합의나 이 씨가 결혼 후 세례를 받고 예배를 함께 다니기로 하는 약정은 당사자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합의할 수는 있지만, 위반 시 강제이행 문제는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 등과 부딪힐 수 있다는 얘기다. 의무 위반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일정 금액의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거나 위반이 반복돼 당사자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을 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음을 규정하면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4. 혼인 중 발생하는 채무에 대한 약정
채무에 관한 규정 역시 혼인 생활 중 부부의 재산에 관한 약정으로, 부부재산약정의 내용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미성년자도 아닌 성인인 남편이 ‘어떠한 형태의 채무를 지는 경우에도 처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은 부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합리적인 금액을 넘는 채무, 예를 들어 5000만 원을 부담하는 경우 처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부부재산약정으로 등기해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조항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 법원에 등기된 혼전계약서(왼쪽)와 영문 혼전계약서 샘플.
5. 도박·주식투자·외박 등 가정 파탄에 대한 책임 약정
먼저 ‘이혼 시 자산에 대한 지분권을 상실한다’라는 의미가 법률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이는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약정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재산분할청구권을 사전에 특정한 조건하에 포기하는 내용의 약정을 하는 셈이 돼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도박, 주식투자 등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고 가정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을 때’라든지 ‘이유 없이 3일 이상 외박할 때’ 등의 조항 역시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해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어려운 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정한 이혼 사유를 합리적인 근거와 함께 계약에 규정하면 법원에 의해 참작 사유로 고려될 수 있다. 지금까지 등기된 부부재산약정을 보면 법률적 검토를 받지 않고 당사자들만의 합의로 작성된 계약서들이 많은데, 이 경우 실제 해석 및 적용에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부부재산약정을 포함한 혼전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실효성을 높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혼전계약서 어떻게 쓸까
무슨 내용?
부부 재산 및 자녀 양육, 증여, 상속에 관한 내용으로 특별한 제한 없음.
체결 시기?
혼인 성립 전
체결 방식?
반드시 공증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공증을 받아두면 증거 자료로 법적 효력이 강해진다. 당사자가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신분증을 지참하고 변호사 사무실이나 공증사무실을 방문하면 된다.
글 조정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정리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