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지켜라"…이웃 의원들 '혈투' 시작
헌법재판소가 지난 30일 선거구별 편차를 현행 3 대 1에서 2 대 1 이하로 낮추라고 결정을 내리면서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특히 인구수 미달로 통폐합이 불가피해진 선거구나 이와 인접한 지역구의 현역 의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246개 선거구 가운데 인구수 하한 기준(13만8984명)을 충족하지 못한 지역구는 총 25곳이다. 이 가운데 서울 성동을, 대구 동갑, 전남 여수갑 등 3곳은 각 시·군·구의 전체 인구를 감안할 때 갑·을 선거구 간 경계 조정으로 하한선을 넘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의 지역구인 세종시도 지난 9월 말 현재 인구가 13만8136명으로 미달 인구수가 단 800여명에 불과해 최근 인구 증가세를 고려할 때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21곳은 해당 지역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어 인근 선거구와의 통폐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충남 부여·청양(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과 공주(박수현 새정치연합 대변인)가 대표적이다.

이들 두 지역은 공교롭게도 서로 인접한 데다 인구수를 합치면 21만여명으로 상·하한선(상한 인구 27만7966명)을 모두 통과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자 지명도에서 크게 불리한 박 대변인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박 대변인은 헌재 결정 이후 이 원내대표를 찾아가 “큰일 하실 분이 고작 지역에 남으셔서 되겠느냐”고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웃으며 “박 의원 하는 것 봐서…”라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기준 전 최고위원이 각각 자리잡은 부산 영도구(13만3053명)와 서구(11만7763명)는 인근 중·동구(14만1714명)와 통합돼 의석이 3개에서 2개로 줄어들 공산이 크다. 특히 이곳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지역구여서 당내 세 거물끼리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강원 전북 경북에서도 인접한 ‘미달 지역구’끼리 합쳐질 가능성이 높다. 즉 경계를 맞대고 있는 강원 홍천·횡성(황영철·새누리당)과 철원·화천·양구·인제(한기호·새누리당)는 통합 인구가 24만여명으로 하나의 선거구 기준에 딱 맞춰진다.

또 △전북 고창·부안(김춘진·새정치연합)과 정읍(유성엽·새정치연합) △무주·진안·장수·임실(박민수·새정치연합)과 남원·순창(강동원·새정치연합) △경북 영천(정희수·새누리당)과 군위·의성·청송(김재원·새누리당) △영주(장윤석·새누리당)와 문경·예천(이한성·새누리당) △상주(김종태·새누리당)와 김천(이철우·새누리당) 등도 마찬가지다.

일부 미달 지역구는 ‘옆집’에서 인구를 ‘부조’받는 방식으로 기준을 꿰맞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종의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의원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달 지역구인 충북 보은·옥천·영동(박덕흠·새누리당)은 인접한 증평·진천·괴산·음성(경대수·새누리당)과 맞닿은 괴산만 가져오면 두 곳 모두 기준을 충족할 수 있어 ‘윈·윈’이 가능해진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