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응원이 필요한 原電
지난 반세기 동안 원자력 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원자력 3대 사고라 할 수 있는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섬(TMI)사고,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사고, 최근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던 일본 후쿠시마 사고를 겪으며 큰 부침과 굴곡을 경험했다. 이들 원자력발전소 사고 탓에 세계 원자력산업은 침체기를 맞고, 원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로 작용했다.

1978년 고리1호기의 상업운전으로 원자력 에너지 시대를 맞이한 한국은 원전 선진국들이 대형 원전사고를 경험하며 발전시킨 원전 안전과 관리정책을 지속적으로 수용해 한국형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왔다. 원전 선진국의 실패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고 그들의 장점을 흡수하면서도 원전기술의 국산화를 도모한 결과 한국의 원전 운영기술은 이제 다른 원전 개발도상국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한국은 원전 후발국가로 시작해 작은 고장(국제 원자력 사고등급 분류체계상 2등급 3건, 1등급 20건)으로 운전을 멈춘 적은 많지만 우려할 만한 원자로의 불안정 상태나 방사성 유출과 관련된 단 한 건의 큰 사고도 없었다. 원전의 불시정지율이라는 수치를 기준으로 원전 선진국과 비교할 때도 국내 원전은 2003년 이후 호기당 0.4~0.6건(현재 23호기 운영을 기준, 1년간 불시정지 9~14회 정도)으로, 미국 1.1~1.4건, 프랑스 1.8~2.4건, 캐나다 1.1~3.1건에 비해 원전 고장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원전 운영기술과 관리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인 이 지표만 보더라도 안전운영 능력에서 오히려 선진국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최근 원전부품 품질보증서 위조 등 관리 부실로 인한 사건으로 원전은 매우 위험한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탈핵(脫核)의 명분으로도 작용한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원전 안전, 원자력 에너지는 기술적으로 신뢰돼야 하는 만큼 원자력 산업계는 하루빨리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지혜를 모으고, 실천하는 자세를 통해 원전 안전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켜야 한다. 더불어 ‘찬핵’ ‘탈핵’이란 소모적 논쟁을 하기보다 원자력 산업계 전체가 한층 강화된 원전 안전 정책에 따라 국가 기간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기를 함양하고 자긍심을 심어줘야 할 것이다.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뜻하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동훈 < 한전KPS 원자력사업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