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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기업가정신인가] 한국 교과서엔 '기업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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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기업가정신과 그 적들 (2) 반기업정서 부추기는 사회

    맥도날드·애플은 보이는데…삼성·현대차는 안보이네
    [왜 기업가정신인가] 한국 교과서엔 '기업인'이 없다
    [왜 기업가정신인가] 한국 교과서엔 '기업인'이 없다
    작년 7월 종영한 KBS2 TV 드라마 ‘상어’는 복수를 위해 사랑하는 여인에게 칼을 겨눈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드라마에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으로 ‘조의선(김규철 분)’이란 재벌 2세가 등장한다. 조의선은 자동차 뺑소니 사고로 사람을 죽이고, 방송사 앵커와 불륜을 맺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파렴치한이자 악당으로 그려졌다.

    작년 10월 막을 내린 SBS 드라마 ‘결혼의 여신’의 악역은 기업인 가족이다. 재벌가 안주인은 아들과 공모해 정치자금으로 쓸 자금을 돈세탁하다 구속된다. TV드라마와 영화에서 기업인은 ‘단골’ 등장인물이다. 재벌가나 재벌 2세를 직접적인 소재로 다루기도 하고 주변 인물로 등장시킨다. 그러나 TV 속 기업인의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2004년 MBC의 ‘영웅시대’처럼 기업인을 우호적으로 다룬 드라마도 있지만 ‘속물’, ‘부패한 기업가’ 등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픽션(허구)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엔 대중문화의 영향력은 크다. TV 화면 속 왜곡된 기업인의 이미지는 반(反)기업 정서를 은연중에 부추긴다. 대중문화만 그런 게 아니다. 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국내 고등학교 경제교과서는 기업과 기업가에 대한 설명에 인색했다.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소지도 다분했다.

    드라마·영화속 기업인 이미지 ‘부정적’

    미국 최대 교과서 출판사인 프렌티스 홀(Prentice Hall)의 고교 경제교과서. 제3장 ‘자유기업 체제’(51쪽)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존 록펠러, 앤드루 카네기, 빌 게이츠란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들은 자신들의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적 비전으로 세우고 꾸준히 노력해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들의 공적을 명확히 서술한 것이다.

    제4장 ‘수요’에선 97쪽 한 페이지를 털어 ‘무엇이 기업가를 탄생시키는가’란 주제를 다룬다. 여기에선 1930년대 대공황 시절 아이디어 하나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보드게임 ‘모노폴리’를 개발한 찰스 대로의 성공 스토리를 소개했다. 제6장 ‘가격’(138쪽)에서도 미국 최대 컴퓨터회사 델(DELL)을 창업한 마이클 델이 단돈 1000달러와 창의적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을 거뒀다고 설명한다. 이 교과서는 이들 외에도 워런 버핏(벅셔해서웨이 회장) 등 13명의 기업인을 소개한다. 기업가 소개와 함께 208~209쪽 ‘기업가정신 기르기’에선 창업 체험 코너도 마련해놨다.

    일본은 정부(경제산업성)가 직접 기업가정신 교육 지침서를 일선 학교에 보낸다. 이 지침서는 “어려운 일에도 과감하게 임하는 도전정신이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과 기업가적 자질·능력은 기업가나 기업의 경영자만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인부터 가정주부까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반면 국내 경제교과서는 기업가정신의 핵심인 ‘창조적 파괴’를 주창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주장을 간략히 기술했을 뿐 한국의 기업가 소개는 없다. 교학사, 천재교육, 씨마스 등 채택률이 높은 3종의 경제교과서 가운데 씨마스만 71쪽에서 국내 기업가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정 명예회장 사진에 ‘99%의 실패 가능성보다는 1%의 성공 가능성을 믿는 것’이란 정 명예회장의 말만 소개했다.

    김진영 강원대 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는 “한국에선 기업가에 대한 인식이 워낙 부정적인 데다 사회적 논란이 우려돼 특정 기업가를 교과서에 싣지 않는다”며 “맥도날드와 애플 사례는 있어도 삼성과 현대자동차는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본질은 ‘사회적 책임’?

    국내 교과서는 기업의 본질에 대한 설명도 부실했다. 미국 경제교과서는 이윤추구 등 기업 본연의 목적을 주로 설명한 반면 국내 교과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부각시켰다. 교학사 교과서가 대표적이다. 이 교과서 99쪽은 벨기에 정부가 2000년 도입한 ‘로제타 플랜’을 자세히 소개했다. 50인 이상 기업은 의무적으로 전체 고용인원의 3% 이상을 청년층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정책이다. 교학사 교과서는 이를 ‘큰 성공을 거뒀던 혁신적 청년 실업 대책’이라고 표현했다. 실업문제는 기업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시각을 담은 평가다.

    하지만 교과서는 2003년 벨기에의 청년실업률이 21.8%로 다시 상승하면서 로제타 플랜이 결국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을 다루지 않았다. 박철한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교육실장은 “기업이 이익을 내는 게 곧 국가경제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지는데, 국내 교과서엔 이윤추구보다 고용창출 등 사회적 책임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한국의 경제교육 시간 총량도 미국, 일본에 비해 적었다. 189만여명(작년 말 기준)에 달하는 국내 고등학생 가운데 ‘경제’ 과목을 배우는 학생은 3만8000여명에 불과했다. 작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경제’ 과목을 선택한 학생도 1만5000여명에 그쳤다. 반면 일본은 전체 고등학생의 30%가 ‘정치·경제’ 과목을 듣는다. 미국과 영국도 고등학교 2학년부터 경제교육을 받는다.

    한국경제신문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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