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경찰 등 유관기관과 마약정보 교류회를 정례적으로 열고 있다. 관세청 제공
관세청은 경찰 등 유관기관과 마약정보 교류회를 정례적으로 열고 있다. 관세청 제공
지난 6월 화물선만 오가는 경남 거제시 고현항. 관세청 서울세관 소속 마약 조사관들이 고현항에 입항할 예정인 화물선을 끄는 바지선을 급습했다. 선내 구석에서 발견된 가방에서 20만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183억원 상당의 필로폰이 나왔다. 현장에선 마약을 들여온 밀항자 등 5명이 검거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밀수입 수법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며 “이번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항구로 들어왔고, 또 이렇게 밀항을 했다는 것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231건에 시가 1382억원(64.6㎏) 상당의 마약류를 적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건수는 31%, 중량 82%, 금액은 98% 증가한 것이다. 종류별(중량 기준)로는 메트암페타민(이하 필로폰)이 46.7㎏(43건)으로 가장 많았다. 합성대마 등 신종 마약이 15.3㎏(124건), 대마가 1.9㎏(52건) 등이었다.

특히 국내 최대 남용 마약류인 필로폰은 지난 한 해 전체 압수량 30.2㎏을 훨씬 넘어선 46.7㎏을 적발했다. 이는 최근 10년래 최고 압수량으로 국민 156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최근 필로폰 밀수 대형화로 지난해 동기 대비 적발 건수가 23% 감소했지만 압수량은 무려 97% 증가했다”며 “이는 국제범죄조직의 중국 및 멕시코발(發) 대형 밀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인 소비 목적의 신종 마약 밀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신종 마약 적발은 지난해 초부터 9월 말까지 67건, 4.1㎏에서 올 들어 9월 말까지 124건, 15.3㎏으로 급증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최근 해외 인터넷 판매사이트에서 합법을 가장한 광고에 현혹돼 일반인들이 신종 마약을 구입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국제우편을 이용한 소량 마약 밀수도 늘고 있다. 국제우편 적발 건수는 같은 기간 103건, 6.8㎏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166건, 10.9㎏으로 크게 증가했다.

관세청은 앞으로도 국제범죄조직의 대형 필로폰 밀수와 해외 인터넷 불법 거래를 통한 개인 소비용 신종 마약 밀반입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마약 밀수 위험도가 높은 공항·항만 세관에선 탐지견을 활용한 단속을 강화하고, 우범 여행자에 대한 전산선별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자체 마약단속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국제우편물을 이용한 개인소비용 신종마약 밀반입 차단을 위해 엑스레이, 이온스캔, 마약탐지견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국제우편물 집중 검색 등 우범 화물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