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이제 누구도 부인 못한다. 논의의 출발도, 문제의 핵심도 분명하다. 지금 같은 연금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 즉 돈이 없다는 사실이다. 공직의 안정성, 소급 논란 등 보완 과제도 있지만 더는 미룰 수 없는 개혁과제다. 공무원들 눈치 보느라 오랫동안 뜸만 들였던 새누리당과 정부가 속도를 내는 듯해 그나마 다행이다.

이 문제를 두고 국회는 여야 제각기 태스크포스(TF)를 가동시켰다. 새누리는 공무원연금 개혁TF라 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적연금 발전TF라고 한다. 동일 사안에 여야가 따로 개혁팀을 가동시킨 것부터 비상식적이다. 실제 논의방향도 각각이다. 양쪽의 TF를 이끄는 이한구 강기정 의원에 대한 한경인터뷰를 보면 네 번째 시도되는 이번 개혁도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참으로 납득 안되는 건 새정치연합쪽이다. 공무원연금만 떼어놓고 개혁할 수 없고, 사학연금 군인연금 퇴직연금까지 포괄적으로 보겠다고 한다. 사회적 합의 없이 서두를 수도 없다고 못 박는다. 모든 걸 협상장에 다 올리자는 것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어 개혁을 어렵게 만드는 전략처럼 비쳐진다. 사회적 합의에 당사자 동의를 강조하는 것 역시 뻔한 전선확대책이다. 논의만 무성할 뿐 결론은 안 날 구도다. 쟁점이 명확한 사안에 유사 사례를 끌어들이고 사회적 합의로 성공한 개혁 과제가 언제 있기나 했나.

그간 무책임하게 회피만 해온 새누리가 적극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올해 안에 결론을 내달라는 청와대 요청에 김무성 대표가 개혁법안을 대표발의키로 했다니 구두선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다만 퇴직수당의 대폭 인상 등 새누리가 검토 중인 과도한 인센티브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앞으로는 개혁한다며 뒤로는 더 챙겨주는 조삼모사 정책이라면 재정개혁 과제로 공무원연금 개혁은 왜 꺼냈냐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부실덩어리 공무원연금 문제는 준비 안된 고령화 사회, 저성장·저금리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다. 그래도 쟁점 자체는 간단명료한 사안이다. 더 내고 덜 받을 길뿐이다. 한참 달아오른 지금 치지 못하면 다른 어떤 사안에서도 개혁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