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내년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한다. R&D센터는 독일 외에 미국과 중국, 일본, 브라질에만 있다. 한국은 BMW의 해외 R&D센터가 들어서는 다섯 번째 국가가 되는 것이다.

○R&D센터에 2020년까지 200억원 투자

한국 R&D센터에는 2017년까지 본사 파견 직원을 포함해 20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2020년까지 2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여기에서는 BMW와 미니(MINI) 차량 관련 첨단 기술 개발, 차량 인증, 안전 테스트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R&D센터는 서울 회현동 BMW코리아 본사와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 등 두 곳에 나눠 설치된다.

한국 R&D센터 설립을 위해 BMW와 인천시는 지난 9일 독일 뮌헨 BMW 본사에서 협력관계 확대 및 신규사업 발굴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BMW와 인천시는 이번 MOU를 통해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내 R&D센터 설립 외에도 인천지역 내 전기자동차 시범사업, BMW의 국제 마케팅 행사 공동 추진 등으로 협력관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텔레매틱스 서비스 ‘업그레이드’

R&D센터의 주된 임무는 한국 시장과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은 물론 국내 상황에 적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특히 기술 개발 분야에선 BMW가 최근 국내에 출시한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BMW 커넥티드 드라이브’에 더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하는 것이 1차 목표다.

텔레매틱스는 자동차에 인터넷을 연결해 원격으로 시동을 거는 것은 물론 개인 PC나 스마트폰에 있는 음악과 각종 정보를 자동차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텔레매틱스는 자동차의 미래 지향점을 보여주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현대·기아차가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수입차 가운데선 BMW가 유일하게 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내 대학·연구소 등과도 협력 강화

R&D센터는 이 밖에도 내비게이션 시스템, 첨단 운전 보조시스템, 텔레매틱스용 응용 프로그램, 전기차 충전 인프라 등의 개발도 추진하게 된다. 또 각종 성능 인증과 전기·전장 부문 안전 테스트에 전문 인력을 추가해 BMW와 미니에 대한 한국 고객들의 신뢰를 한 단계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BMW는 이런 기술 개발 시 한국 기업들뿐 아니라 대학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의 기업, 대학, 유관 단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BMW의 한국 내 1차 협력업체 수는 18개다. 이들의 누적 수주액은 3조1000억원에 이른다.

○삼성SDI와 전기차 배터리 협력 강화

BMW와 삼성SDI는 지난 7월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셀 공급을 확대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BMW는 2009년부터 삼성SDI로부터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이번 MOU를 통해 향후 수년간 전기차인 i3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인 i8, 추가로 출시할 하이브리드 모델들에 장착할 배터리 셀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BMW는 올해에만 삼성SDI의 배터리를 3억유로(약 4000억원) 이상 규모로 구입할 전망이다.

클라우스 드래거 BMW 구매 총괄사장은 “배터리는 주행 거리와 성능을 좌우하는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이라며 “배터리 기술에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삼성SDI를 공급업체로 선정한 것도 그만큼 중요한 부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BMW i3와 i8에 이어 새로운 모델에도 삼성SDI의 배터리를 장착하는 것은 삼성SDI의 기술과 양산 능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두 회사 모두 이런 협력 관계 강화가 미래 전기차 기술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