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 로스쿨 입학생 중 대원외국어고를 비롯한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 출신이 47.1%를 차지했다. 로스쿨생들은 또 변호사시험 과목에 포함되고 학점을 따기 쉬운 과목 위주로 수강하는 등 학교 수업이 다양한 배경의 엘리트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로스쿨생 절반이 특목·자사고 출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2일 각 로스쿨(25개 중 11개 대학)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외국어고, 자사고 등 특목고 출신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대 로스쿨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올해 입학한 153명 중 72명(47.1%)이 외고와 과학고, 자사고 출신이었다. 이 중 대원외고 출신이 17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명덕외고(11명)와 민족사관고(7명) 대일외고 서울과학고(각 4명)가 뒤를 이었다. 자사고 중에서는 서울 현대고 중동고 등이 3명씩 이름을 올렸다. 한국외국어대와 성균관대 역시 특목고 및 자사고 비율이 각각 25.5%, 20.8%로 높은 편이었다. 이 비율은 전남대와 전북대가 7%씩으로 가장 비중이 낮았다.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로스쿨의 경우 학부 역시 SKY 출신 가운데서 뽑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올해 기준으로 서울대 로스쿨은 전체 153명 중 서울대 학부 출신을 100명 뽑았다. 고려대(16명) 연세대(16명)를 포함하면 SKY 로스쿨의 SKY 학부 출신이 86%에 달했다.

서울대 로스쿨생 절반이 특목·자사고 출신
수강 과목별로는 어려운 과목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 1학기 공정거래소송 실무 과목이 폐강됐으며 영어 강의인 채권법과 기업조세법 소비세법 등의 수강인원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연세대에서는 미국법과 형법이 폐강되고 채권담보법과 금융규제법 등 4개 과목이 10명을 채우지 못했다. 서울대는 폐강은 없었으나 경제규제법 기업인수합병법 EU국제관계법 등 8개 과목이 한 자릿수 인원으로 진행됐다. 입학정원이 적은 지방대 로스쿨은 형편이 더욱 열악했다. 제주대의 경우 한 자릿수 학생이 수강하는 강의만 20개가 넘었다.

이 같은 수강 쏠림 현상은 변호사시험 응시과목 쏠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제3회 변호사시험의 선택과목 응시율 자료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것으로 알려진 국제거래법은 45%에 달한 반면 난이도가 높은 국제법, 지식재산권법, 조세법은 각각 1~2%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한 로스쿨 재학생은 “변리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자격증 소지자 출신 로스쿨생이 듣는 과목은 학점이나 변호사시험 성적을 잘 받기 어려워 아예 수강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서로 비슷한 과목을 듣고 비슷한 진로를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소람/배석준/고재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