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눈] "주가만 보면 부도 전 잡주"…대형 IT주 반등을 위한 변명
"빠져도 너무 빠졌다. 실적 부진이 원인이지만 설명하기에도 민망한 주가 수준이다."

"압력밥솥 하나로 휴대폰, TV, 에어컨 등을 통째로 살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국가 대표' 대형 정보기술(IT) 상장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보고 내뱉은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의 말이다. 올해 들어서 대형 IT주(株) 가운데 주가가 오른 곳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뿐이다.

증시전문가들은 "대형 IT 기업의 시가총액(주가를 시가로 표시한 금액) 중 이들이 각자 보유중인 주요 상장기업 지분가치를 빼면 영업가치는 그야말로 헐값"이라며 "영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싼 대형 IT주의 반등이 빠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업종 시가총액은 이날 현재 약 264조4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당시 전기전자 시총은 287조8000억원(종가 기준).

지난 10개월 동안 IT 업종에서만 시총 약 23조원이 허공으로 증발한 셈이다. 이 기간 동안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은 1159조원에서 1167조원으로 오히려 8조원 정도 늘어났다.

대형 IT주의 주가 하락이 시장 대비로도 심각한 수준이란 얘기다. 개별 종목별로 뜯어보면 이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삼성SDI, 삼성테크윈, LG전자, 삼성전기 등은 특히 시총에서 영업가치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부진이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인데 연초 대비 삼성전기의 주가는 45%, 삼성SDI 31%, 삼성테크윈의 경우 48% 가량 미끄러진 상황이다.

이들 상장기업의 현재 주가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동부증권 권성률 기업분석 2팀장은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주요 지분(현금화가 가능한 상장주식, 중요 비상장사지분 포함) 가치가 어느 정도이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가치가 순수 영업가치라는 가정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 결과 보유지분가치가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삼성SDI 90%, 삼성테크윈 81%, LG전자 53%, 삼성전기 51%에 달했다"고 진단했다.

LG전자의 영업가치도 이렇게 가정할 경우 약 5조원. 밥솥 만드는 쿠쿠전자(시총 2조2000억원)에 비해 불과 2배 가량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권 팀장의 설명이다.

권 팀장은 "연 매출 6000억원 쿠쿠전자의 압력밥솥이면 연 매출 56조원의 LG전자 휴대폰, TV, 에어컨, 가전 등을 모두 살 수 있으니 쿠쿠전자의 영업가치가 LG전자보다 낫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삼성전기의 영업가치(1조4500억원)는 PCB만 생산하는 대덕PCB그룹(대덕전자, 대덕GSD 등 6777억원)과 비교해 2.1배, 삼성테크윈의 영업가치(2788억원)는 분사해 나간 에스에프에이(7622억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들 대형 IT주가 부도가 나지 않는다는 전제를 세우면 주가 바닥과 반등의 시기를 가늠해 볼 시기"라며 "반등이 나온다면 영업가치가 너무 헐값이라는 인식이 커질수록 반등의 순서도 빠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